혼자 부르는 노래

박 정 임

나의 입은 수많은 언어를 담고 있지만

위로의 말 건네지 못합니다

나의 귀는 작은 소음에도 솔깃하지만

애원의 소리 들을 수 없습니다

나의 머리는 많은 생각이 모여 있지만

어떤 용기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나의 가슴은 여러 빛의 계절이 다녀갔지만

봄빛 한 줌 만들지 못합니다

나의 두 손은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지만

빈손 맞잡는 일에 주저합니다

나의 두 발은 갈 곳이 많지만

선뜻 달려가지 못합니다

사랑은 강요하는 일 없지만

스스로 결박되어 있습니다

두려움은 헛된 의무로 가득 찼지만

저항 없이 받아들입니다

겁에 질린 목소리가 노래합니다

그러나 듣는 이가 없습니다

말에도 온도가 있어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도 얼어붙게도 한다. 한 해를 돌아보는 시점에서 그동안 무수히 쏟아냈던 말이 잘 절제되어 나갔는지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안기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위의 시‘혼자 부르는 노래’는 나직한 목소리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누군가에게 위로의 존재였나, 반드시 들었어야 하는 소리에 귀 기울였나, 누군가가 내민 그 빈손을 따뜻하게 맞잡는 걸 주저하진 않았나 등을 생각한다. 투명한 벽에 갇힌 듯 스스로 결박된 삶을 살아오진 않았나를 돌아보는 화자의 모습에서 어쩐지 인정이 느껴져서 손 맞잡고 싶어진다.‘혼자 부르는 노래’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은 시의 행간에서 온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를 가만히 돌아보는 마음은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온정의 기저에서 우러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세밑에 듣는‘혼자 부르는 노래’그 성찰의 목소리에 마음의 귀를 기울이게 된다.  -  유은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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