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익산시와 자매도시인 경주는 이번 31일밤 ‘2023 계묘년 새해맞이 제야의 종 타종식’을 동시진행한다. 2019년부터 진행된 이 타종식은 익산시민과 경주시민의 동·서 화합을 의미하고, 백제 서동왕자와 신라 선화공주가 결혼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자매결연을 맺은 후 계속해서 자매도시로써 우의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행사이다.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서로가 함께 이득을 주는 관계를 만나게 된다. 대표적으로 꿀벌과 꽃의 관계이다. 꿀벌은 꽃에서 영양분을 얻고, 꽃은 꿀벌을 이용해서 꽃가루받이(수분)을 하게 된다. 이처럼 서로 이득을 주는 관계를 공생이라고 한다. 공생은 같은 종 내에 존재하기도 하고, 다른 종 간에 상호협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다른 공생관계를 보여주는 예가 요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동백나무와 동박새이다. 동백나무는 겨울에서 이른봄에 개화시기를 갖는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곤충이 활동하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에 곤충이 아닌 다른 종이 동백나무의 꽃가루받이 역할을 대신한다. 그것은 바로 동박새이다. 동박새는 동백꽃에게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대신에 동박나무에게서는 꽃의 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종 간 혹은 종 내 협력하는 행동과 달리, 기생은 한쪽에만 비용을 전가하는 오롯이 ‘이기적’인 행동을 말한다. 동물 종의 약 절반은 생애 중 한번 이상 기생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식물중에도 기생식물이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스스로 만드는 생산자인데, 기생식물은 다른 기주식물(숙주)에 기생하여 양분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식물을 말한다. 이들은 변형된 뿌리인 흡기를 기주식물에 침투시켜 관다발까지 연결해 양분과 수분을 흡수한다.

대표적인 예로 잎이 떨어진 겨울숲에 들어가면 쉽게 알아 볼 수 있는데, 나무위의 새집처럼 달려있는 겨우살이이다. 겨우살이는 기주식물의 양분을 빼앗기도 하지만, 스스로 광합성을 하기도 하여 반기생식물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겨우살이에게 수분과 양분을 빼앗긴 기주식물은 시간이 지나면 쇠퇴하게 된다.

예전에 겨우살이가 스스로 광합성을 하기도 하니 기주식물이 더 이상의 양분을 제공할 수 없을 상황이 되면 거꾸로, 기생하던 겨우살이가 상생의 의미에서 양분을 건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에서 실험을 한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겨우살이는 서로 고사해 죽을 때까지 기주식물에게 양분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 이처럼 기생은 다른 한쪽에 손해가 되는 결과를 주어, 피해를 보게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관계에서 보면 동백나무와 동박새처럼 서로 함께 협력을 해서 이득을 얻게 되는 결과가 나오면 이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된다. 하지만 이에 반해 기주식물과 겨우살이처럼 한쪽만 이득이 되고, 한쪽은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협력의 힘은 상리공생으로 이어지고, 이기적인 행동은 기생이 되어 결국, 함께 피해를 보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협력의 동물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엄청난 문명은 이 협력의 힘이 가져온 결과이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기후변화로 그동안 겪었던 12월의 날씨에 비해 유난히도 추운 이번 12월의 겨울은 그동안 함께 해온 익산시와 경주시의 제야의 종 타종식 행사로 더욱더 서로의 따뜻한 협력의 관계가 지속되길 바라며, 그동안 코로나로 주춤했던 우리의 일상을 웅크렸던 토끼가 더 멀리 뛴다는 2023 계묘년, 새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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