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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 문학산책 - 손금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01.16 08:56

손금

몇 년째 웃자란 뱅갈고무나무

그 곁가지를 아직 쳐내지 못하고 있다

천장에 닿고도 삐딱하게

옆으로 뻗어가는 중이다

 

저렇게 웃자란 가지 끝에 새삼

속살을 틔웠다 고목처럼 섰지만 실은

먼 길 뜨겁게 끌어올렸을

여린 잎, 나무의 첫 마음일까

 

푸른 피 가지 끝에 닿기까지

뿌리는 맨발을

어둠 깊이 디뎌야 했을 것이다

 

전지가위 끝까지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꽉 움켜쥐고 살아서일까

비밀선 하나 깊고 선연하다

 

곁가지로 뻗어 중심을 벗어나 버린

멀리 가야 깊이 만날 수 있는 길,

 

뱅갈고무나무 그 한 잎에는

운명선을 이탈한 손금이 자란다

 

끌어안을 수도

그렇다고 쳐내지도 못하는

 

내 어깨에 기댄 고무나무 이마가 차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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