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 가림막 없이 철거공사 '말썽'

주민들 소음‧분진 시달려…산책 나온 시민들 ‘불안 불안’

외부압력 등 허가과정 전반 경찰 수사 나서야 한 목소리

익산시, 뒤늦게 확인 후 “가림막 설치 공문 보내겠다” 변명

익산시 행정이 나사가 풀렸다.

익산시 공무원은 규정과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내부와 외부세력의 압력에 의해 ‘엉터리 행정’이 속속 노출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음은 익산열린신문 취재진이 지난 31일 익산시 공무원과 나눈 대화다.

기자: 제보가 들어 와서 그러는데요.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 철거가 한창인데 가림막(천막이나 펜스)을 안하고 공사하는데 그래도 되는 겁니까?

담당공무원: 가림막을 설치하고 철거공사를 해야 합니다.

기자: 아! 그래요. 그런데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고 철거 작업을 하고 있던데요.

담당공무원: 아닌데. 거기 방음‧방진 가림막 설치했는데요. 설치한 사진도 있습니다. 방음 패널 2.4m, 방진막 1.2m 등 높이 3.6m 가림막을 설치해 익산시가 건축물 해체 허가를 내줬는데요. 현장 확인도 다 마쳤습니다.

기자: 제가 제보를 받고 가봤는데 가림막이 없던데요.

담당공무원: 현장 확인 후 철거 공사 허가를 내줬는데…. 한 번 확인해 볼게요.

그로부터 5시간 후쯤(31일 오후 7시54분) 담당 공무원이 휴대폰으로 알려왔다.

담당공무원: 제가 현장에 갔다 왔는데 가림막이 없더라고요. 설치하라고 공문을 보내겠습니다.

기자: 아니,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 건축물 해체 계획서에 분명히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사진까지 찍어 제출했고, 익산시는 현장 확인 후 허가를 내줬다고 했잖아요.

담당공무원: 그 때는 설치했는데 허가를 받은 후 철거했는가 보죠. 아무튼 설치하라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사실일까.

철거공사 업체는 가림막을 설치한 사진을 찍어 ‘건축물 해체 계획서’를 익산시에 제출했고, 익산시는 현장 확인 후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철거공사’ 허가를 내줬다는 게 드러난 사실이다.

하지만 설치했다던 그 가림막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만약 철거공사업체(유한회사 혁신건설‧고창)가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건축물 해체 계획서’를 익산시에 제출했다면, 말썽의 소지가 다분하다.

또 익산시는 국토부 고시 ‘건축물 해체 계획서 등에 관한 기준에 따라’ 반드시 현장 확인 후 허가를 내줘야하는데 이를 어겼다면, 논란의 여지 또한 충분하다.

철거 공사 허가 과정 절차 전반에 대해 경찰의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만의 하나 익산시 내부와 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익산시가 가림막 설치가 안됐는데도 허가를 내줬다면 더욱 더 그렇다.

익산시가 현장 확인 없이 허가를 내줬다면 직무유기인 셈이다.

설 명절 전 익산열린신문에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내용은 ‘익산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 현장에서 가림막 없이 마구잡이로 철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

제보자는 당시 찍은 사진까지 첨부했다.

익산열린신문 취재진은 지난 31일 오후 공사현장을 다녀왔다.

공사현장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중장비는 커다란 소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땅을 파헤쳤고, 성인키만 한 바윗덩어리는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콘크리트 더미는 군데군데 인도 가까이 쌓여 있고, 그 사이로 철근들은 그대로 민낯을 드러냈다.

공사현장 바로 옆 인도엔 산책 나온 시민들이 불안 불안하게 삼삼오오 거닐고 있었다.

축구장 수 십 배에 달하는 공사현장은 그 어디에도 소음과 먼지, 진동 등 시민들의 피해를 방지해주는 가림막은 없었다.

익산 부송4지구 도시개발사업 조성공사는 지난해 6월 17일 2024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착공했다.

부송동 286번지 일원 29만4천281㎡ 규모에 1천671세대를 수용하기 위한 사업으로, 주요 시설로는 공동주택(3필지), 단독주택(77필지), 근린생활시설(37필지), 상업용지(45필지), 공원, 녹지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시행사는 전북개발공사다. /조영곤 기자

제보자가 보내 온 사진. 가림막은 없다.

제보자가 보내 온 사진. 가림막 설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