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시민이 시인이다 - 이반희 '낮달'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02.06 08:57

낮달 

                               이반희

이 반 희

파리바게뜨 맞은편

종이상자 수북이 쌓여있는 수레가

잠시 엉덩이 쪽으로 몸을 기운다

 

구겨진 파지 한 장 쪼그려 앉아

아스팔트 바닥을 무단횡단하는

저 생경한 물줄기

 

느슨한 가랑이 사이로 새어 나오는

저릿저릿 노란 씀바귀 꽃

한길에 피워놓고

 

껍데기만 껍데기만 모아놓은 세간을

은빛 바큇살에 굴리며 간다

 

낮달이 구름 속으로 숨어드는 한낮이었다

 

유은희 시인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지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습니다. 폐지 수레를 끌고 가던 허리 굽은 할머니가 오줌을 참다가 참지 못하고 그만 수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노란 씀바귀 꽃처럼 앉아 조심스럽고 부끄럽게 가랑이 사이로 흘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화자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눈으로도 가슴으로도 담아내고 있습니다. 가느다란 한줄기 물기가 길을 적시고 있는 모습을 낮달도 화자도 모른 척 눈 감아 주네요. 아랫도리를 엉거주춤 추스른 할머니는 마치 그 작은 몸을 감추기라도 하는 듯 더 작아져서는 폐지 수레를 밀고 밀리며 고단한 삶의 길을 또 느릿느릿 갔겠지요. 슬프고 향기롭고 아름답습니다. 이처럼 시는 멀고 특별한 곳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낮고 소소함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익산열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570-986 전북 익산시 목천로 283 201호(인화동 2가 90-3)  |  대표전화 : 063)858-2020, 1717  |  이메일 : ikopennews@hanmail.net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 01281  |  등록일자 : 2013년 10월 17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조영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영곤
Copyright © 2023 익산열린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