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저는 원장님 진료를 봐야 겠는데요, 기다릴게요”

까칠한 환자일 수 있다.

한의원에서의 일이다.

‘진료비 먼저 내고 이층 오른쪽으로 가세요.’

몸이 뻐근하여 한의원을 찾았다. 원래 단골 이었지만 그동안 뜸했다가 왔더니 많이 바뀌었다. 확장 되었고 직원도 늘었다. 원장님을 만나 인사하고 건강 상담도 받으려고 했는데 물리치료를 먼저 하라고 한다.

아쉬웠지만 직원의 말대로 이층 오른쪽으로 가니 기다렸다는 듯 여직원이 어디가 아픈지 물었다. 원장님한테 진료를 받고 싶다고 하자 원장님 바쁘니 먼저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원장이 진료를 하고 처방을 해야 물리치료를 할 텐데 다짜고짜 어디 아픈지 묻는 태도에 의아했다. 한의사도 아니고 물리치료사도 아닌 직원이 (한의원은 물리치료사를 둘 수 없다고 함)

아픈 곳을 묻고 찜팩 위에 누우라고 한다. 그리고는 발 안마기가 끝나면 번호를 크게 소리치라고 했다.

13번 끝났다고 소리치자 부항치료를 하고 그 다음에 전기치료를 한단다. 그런데 전기치료를 아픈 곳에 하지 않는 것 같아 좀 전에 부항치료 했던 곳에 해달라고 하자 자기는 부항치료한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치료가 바뀔 때마다 사람이 바뀌니 설명해야 하는 것이 번거로웠다. 아픈 곳에 정확히 치료를 해야지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기들 경험대로 치료라고 하는 것이 영 마뜩 챦았다.

들어올 때부터 빈정 상했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원장이 바쁘다는 말을 여러 번 한다.

원장님을 보지 말고 물리치료만 하라는 뉘앙스가 담겨있는 듯 하다.

옆에 있던 환자는 결국 원장을 보지 못하고 직원이 해주는 물리치료만 받고 나간다.

한 참을 기다려서야 원장이 왔다.

“오랜만입니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원장님 뵙기 힘드네요.”

아픈 부위에 침을 맞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원장이 아닌 직원의 의료행위가 신뢰가지 않음을 표현하는 것은 까탈스러운 것일까

바쁘다는 핑계로 원장의 진료를 미루는 여직원의 행동은 과연 한의원을 위하는 것이었을까?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결국 환자도 한의원도 위하는 행동이 아닐 것이다.

곳곳에 원칙의 부재가 만연해 있는 줄 알지만 의료행위까지 원칙을 무시당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원칙을 무시하는 행동에도 까칠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한다.

원칙과 질서는 아름다운 것인데.

동네의원이 개원 했을 때의 원칙과 친절이 그립다.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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