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에서

목에서 배꼽 아래까지 단추를 다 열어버린

돼지 한 마리

번지점프 태세로 고리에 매달려 있다

붉은 통 안에 든 내장은 정육점 앞을 서성이는

파리한 발걸음을 따라 몇은 저녁 길로

몇은 남아서 뒷골목의 막막한 내일과

소주잔 부딪칠 차례를 기다린 것이다

채우고 살았던 단추 수만큼의 핏방울이

지상의 맨바닥을 걸어나갈 뿐

전을 벌여놓을 자랑거리도 없지만

붙잡고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붉은 불빛 아래 머리 따로 몸 따로

속까지 게워내고만 싶은 날

걸어놓은 장롱 속 옷처럼

홀랑 벗어버린 돼지 몸에서 일상을 떼어가는 게

진열장을 맴도는 파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단추를 다 열어버린 모진 생각 하나가

몸의 고리에 걸려 번지점프 태세로 매달린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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