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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4.04.01 08:52

정신은 깜빡, 눈물이 콸콸콸…초보 임산부의 고군분투

원광대LINC3.0사업단 공유협업지원센터 팀장

그 작은 점 하나가 자라 우리와 비슷한 모습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마법 같은 일이다. 우리 모두의 삶은 작은 점에서 시작된 셈이다.

걸음도 빠르고 성격도 급한 내게 임신 초기는 적응과 적응의 연속이었다. 호산부인과 이창호 원장님께서는 진료 때마다 “본인 원래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천천히 걸어다녀야 해요”라며 당부하셨다. 천천히 걷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먹으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계속 정신이 깜빡깜빡해 자꾸 뭔가를 잊어버린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눈이 자동수도꼭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임신 초기의 건망증은 많은 임산부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인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에서 겪는 건망증은 나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물론, 회의 내용이나 중요한 사항은 꼭 다이어리에 적바림하지만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사실 많이 괴로웠다. 왠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에 계단에 서서 창문 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어쩔 수 있나, 최대한 메모하고 적응하는 게 방법인 것을.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감정 변화도 들쑥날쑥이었다. 대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협동해 목표를 성취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접하면 눈에서 눈물이 자동으로 주르륵 흘렀다. 한 번은 사무실에 예전 과장님께서 겸사겸사 오신 적이 있는데 자주 연락드리지 못했던 터라 과장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려 한편으로 민망하기도 했다.

2024년 1월 초에 서울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남대문 근처 호텔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동료들과 함께 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내려가던 찰나 빗물로 미끄러워진 계단에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다행히 두꺼운 긴 패딩 덕분에 나와 아기 모두 무사했다. 서울의 칼바람 때문이었을까, 출장 이후 나는 아주 독한 감기에 걸렸다. 평소 때 같으면 약 몇 번 먹고 잠 푹 자면 낫지만 임산부에게 있어 약을 먹는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기에 따뜻한 생강차와 작두콩차, 목에 두른 스카프, 따뜻한 물 등으로 감기와 맞서야 했다. 이번에는 병원에서 맞은 수액도 효과가 없었다.

이상하게 오래 가는 감기에 산부인과 원장님과 상의해 영등동의 이비인후과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특이사항은 없었고 독감검사에서도 이상한 점은 발견되진 않았다. 우선 임산부가 먹어도 상관없는 약들을 처방받아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던 중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독감검사 키트에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 길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다시 약 처방을 받고 그대로 자리보전과 출근을 거듭하다 겨우겨우 나을 수 있었다.

나는 출근할 때 버스를 이용하는 편인데 초기의 임산부는 눈에 보이는 신체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보건소에서 임산부 배지를 받아 가방에 달았다. 출근길과 퇴근길의 버스는 임산부석, 노약자석까지 사람으로 꽉꽉 차있다. 그 콩나물시루를 뚫고 앉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두 피곤한 아침과 퇴근 무렵에 자리양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양보하는 이의 배려심이’라는 요행을 바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아침에 수줍게 웃으며 자리를 양보해준 원광여자고등학교 학생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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