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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 문학산책 - 호선 세탁소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4.05.20 08:42

호선 세탁소

유은희 시인

오래 찾아가지 않은 옷들이 빽빽하다

꼬리표 하나씩 달고 매달려 있다

키에 맞지 않은 꿈 같은 건 잘라내버렸거나

모르게 안으로 시접을 접어두었다

실직의 구겨진 시간을 다려 입고 머리를 조아려도 매번 

파지가 된 이력은 기다림에도 이력이 붙은 걸까

여우처럼 살고 싶었으나 세상이 식상해져서

여우이기를 포기한 걸까 목도리 여우는

 

출입문으로 바람이 여닫히는 순간

출퇴근길 지옥철처럼 한 방향으로 쏠리는 졸음들

아무리 각을 잡고 매달려도

어깨의 힘을 풀면 흘러내리고 말 것들

 

지퍼를 다 열어버린 가죽 한 벌은

어느 좁은 우리에서 나와 무리에 갇혔나

여릴수록 세 보이고 싶은 본능으로

골목 하나쯤 평정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삶의 노선을 갈아타려는 목덜미들이

환승역을 향해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듯

뒤편에서 들려오는 세탁기 소리가 레일보다 긴 오후

 

가제트 팔이 가는 목들을 밀치고 또 누군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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