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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째 한 자루 붓에 혼 담는 60년 외길 '모필장 곽종민'열린신문이 만난 사람 -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곽종민 모필장
황정아 기자 | 승인 2024.05.21 11:23

60여 년 오롯이 한 길… 3대째 전통 붓 명맥 이어

여산 작업실에 전시‧체험장 마련… 붓 알리기 온 힘

손자 민성 군에 기술 전수… “전통 붓 역사 이어주길”

6월 2일까지 익산예술의전당서 ‘덕인, 붓을 만나다’ 전시

‘붓’은 과거 선비들의 또 다른 손이라고 여겼다. 동물의 부드러운 털로 만든 모필은 선비들의 필수품과 같았다.

요즘은 연필, 볼펜, 컴퓨터 자판이 필기구가 돼 붓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서예나 동양화를 그리는 사람들만이 붓을 찾고 있다. 더욱이 대량 생산되는 붓과 저렴한 수입 붓에 치여 전통방식의 모필을 찾는 이들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럼에도 60여 년 오롯이 전통 붓을 만드는데 정성과 혼을 담아내는 모필장이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곽종민 모필장(70)이다.

모필장(毛筆匠)은 붓을 만드는 사람과 그 기술을 말한다.

3대째 전통 붓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곽종민 모필장을 여산 태성리 덕인공방에서 만났다.

- 붓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할아버지 때부터 붓을 만드셨다. 아버지가 대를 이어 붓을 만드셨고, 우리 형제도 자연스럽게 붓 만드는 일을 도왔다. 학교를 갔다 오면 붓 만드는 일을 거들었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이 점차 손에 익으면서 칭찬도 듣고,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흥미를 붙인 것이 평생의 업이 됐다.

붓 한 자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150여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만큼 정성과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귀한 전통을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쁘다.

- 붓의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붓이 있나.

붓은 용도와 크기, 재질별로 구분할 수 있다.

사경에 적합한 사경필, 편액과 주련용의 편액필, 일반적인 습자용의 습자필, 사군자에 사용된 사군자필 등이 있다.

특히 붓은 털이 가장 중요하다. 동물의 털로 만든 모필은 황모필(족제비꼬리털)과 백모필(양털)이 한국의 전통 붓 중 대표적인 것이다.

또 청서필(다림쥐털붓), 장액필(노루겨드랑이털붓), 초미필(담비꼬리털 붓) 등이 있다.

식물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초필도 있다. 깊으로 만든 고필, 갈대로 만든 노필, 칡으로 만든 갈필, 삼으로 만든 마필 등이 있다.

나무로 만든 목필은 죽필이 대표적이다.

- 공방에 대나무와 털이 굉장히 많다. 재료를 미리 구해 놓는 것인가.

붓을 만들기 위한 재료다. 대부분 겨울철에 구해야 해서 공방 가득 채워두는 편이다. 특히 대나무는 반드시 물이 내리는 겨울에 준비해야 한다. 물이 오르면 마르면서 병충해가 들어 못 쓰게 된다. 많이 쌓여 있지만 붓의 자루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때문에 최대한 많이 구해둬야 한다.

털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모필이 없다. 러시아, 중국, 몽골 등을 다니며 좋은 모필을 찾고, 수입하고 있다.

- 전통 붓을 알리기 위해 체험‧전시 등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 점점 붓을 쓰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붓을 쓰더라도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붓을 찾는 이들도 있어 전통 붓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젊은 세대에게 ‘우리에게 이런 붓이 있었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공방에 작은 체험장을 마련했다. 모필은 다루기가 힘들어 갈필(칡으로 만든 붓)을 함께 만든다.

땅으로 뻗어가는 칡 줄기를 소금물에 쪄서 진을 빼고 섬유질을 질기게 만들어 준다. 이후 여러 번 두드리고 빗어내어 털을 만든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생들과 서예가 등이 찾아와 배우곤 했다.

또 익산문화재 야행 등에서 전통 붓 쓰기 등 체험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체험의 기회를 더 자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도 준비했다.

오는 6월 2일까지 익산예술의전당 1층 전시실에서 ‘덕인, 붓을 만나다’ 초대기획전을 연다. 지금까지 열심히 만든 붓을 선보이는 자리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현재 기술을 전수하는 제자가 있나.

조각을 전공한 셋째 아들이 가끔 일손을 돕고 있다. 민화 작가인 둘째 며느리도 배우겠다며 나섰다. 고마운 일이다.

무엇보다 손자 민성(전주 솔빛중 3학년)이가 가업을 잇겠다며 주말이면 찾아와 기술을 배우고 있다. 행사를 참여할 때면 든든한 보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붓을 만드는 것은 수작업이기에 손이 유연해야 한다. 어릴 때 익숙하게 배워두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손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지금처럼 열심히 따라와 주길 바란다.

- 사라지는 필기구라고 하지만 여전히 덕인의 붓을 찾는 이들이 있다.

감사한 일이다. 붓은 글과 그림을 그리는 용도다. 무엇보다 글이 끝까지 잘 써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붓을 써보고 다시 찾아와주는 고객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는 ‘붓이 끝까지 돈다’는 것이다. 그만큼 붓이 잘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붓을 만드는 사람에겐 가장 큰 칭찬이자 행복한 말이다. 멀리서도 찾아주는 이들을 위해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좋은 붓을 만들 것이다.

- 한 길을 걷기까지 가족들의 도움이 컸을 것 같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림 그리는 아내 김희진 씨(서양화가)는 평생 고마움을 표현해도 모자랄 귀한 동반자다. 서울에서 태어난 도시 사람이 시골, 그것도 산 속 골짜기에 들어와 살게 됐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힘든 내색 없이 함께 붓을 만들고, 개인 작업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아내가 대단하다. 우리 자녀들도 어려운 시기에 잘 버텼고, 잘 자라주었다.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프랑스 등 외국에서도 한국의 전통 붓을 알리기 위해 아트페어 등에 참가하곤 했다. 국내 모필의 우수성을 알리고 발전시키는 것이 모필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전통 붓의 명맥을 잇고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전수 활동을 펼쳐갈 계획이다.

부인 김희진 서양화가와 함께.

덕인 곽종민 모필장은?

-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모필장

- 전북조달문화상품 공모전 대상

- 전북 천년명가 선정

- 전북세계서예비엔날래 초대

- 프랑스 A.C.C. 한국문화페스티발 초청 3회

- 덕인공방 대표

- 전라북도공예품대전 특별상

- 정부조달문화 상품협의회장 표창장

- 한국 공예협동조합 연합회 표창장

- 대전 중구문화원장 특선

- 전라북도 공예협동조합 이사장상 장려상

-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특선

-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 은상

-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 특선

- 프랑스 옹플레르 워크샵 참여

- 프랑스 루왕 워크샵 참여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초대

- 정부조달문화상품 세계화를 위한 국회특별기획전

- 한국의집 특별초대 전시

- 한국미술협회 회원

- 한국전업작가 회원

- 아트피아 회원

- 전북공예협동조합 회원

- 아트위크 회원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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