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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문학산책 - 양지리 행남이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4.05.27 08:42

양지리 행남이

유은희 시인

뭍에서 손 털고 폐가로 돌아온 행남이

몇 날을 뚜덕뚜덕 못질하고 칠하더니

행랑방 창문에 ‘수선집’이라 썼다네

세탁소 보증금까지 빼 달아났다는 뭍 여자는 못 찾고

절뚝거리며 반백 되어 돌아왔다고 

뒷산 대숲도 내려와 수런거린다지

노인들이 펴놓은 정자 그늘에 붙잡혀

문짝이 뒤틀렸네 지붕 물받이가 내려앉았네 닭장 그물이 뜯겼네

한쪽 바짓부리를 끌며 이집 저집 불려 다닌다지

옷소매들의 해진 내력까지를 감쪽같이 수선해다 주면

저녁 밥상에 붙들려 한 끼 식구가 된다지

양지리 창문마다 잘 재단된 구름 한 폭씩 펄럭거린다지

행남이가 오후 볕을 끌어다 미싱을 돌리는 날에는 

광폭의 노을이 마을을 온통 뒤덮는다지

이장감이네 청년회장감이네 소문들 모락모락 피어오른다지  

행남이 방으로 몰래 소주병 숨어드는 밤도 뜨문뜨문해졌다고

점방 이모할머니 뜨문뜨문 말 새는 사이로 뜨문뜨문 돋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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