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공무원, 실제로 선거운동기간 불법주정차 고지서 발송하지 않아

'우표수불부' 확인 결과, 열흘 동안 단 1건 우표구매‧고지서 발송 기재 

정헌율 시장 부당지시 사항, 담당 공무원과 기자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서 드러나

경찰, “압수물 분석 후 관련 공무원과 정헌율 시장 조만간 조사” 밝혀

정헌율 시장이 취임 8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서 임형택 후보 고소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또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받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의혹을 받는 혐의 내용은 ‘당선 목적으로 직위 남용.’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지만,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법을 위반하면 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혐의만 입증되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정헌율 시장이 2018년 익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주니 과태료를 부과하지 말라'고 교통행정과 교통지도계장에게 지시한 사항을 자신에 대한 혐오 표를 줄일 목적으로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교통지도계장이 지역신문에 제보한 정 시장과의 통화 녹음 파일과 익산열린신문 취재를 종합해 보면, 정헌율 시장은 6.13 지방선거가 한창 진행되던 2018년 5월 28일 오전 8시 7분 경 당시 교통지도계장에게 전화를 걸어 “불법 주정차 고지서가 하루에 몇 장정도 발송 되느냐”고 물었다.

계장은 “200장정도 된다”고 답변하자, 정 시장은 “내가 현직 시장이라 하루에 내 우호표가 200장정도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선거일인 6월 13일까지 2주 정도 남아있는데 그 기간 동안 불법주정차 고지서를 발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담당 계장은 다음날 주정차단속 고지서 담당주무관과 방법을 상의한 후 2018년 5월 29일 오후 2시 경 정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정차고지서를 발송하지 않은 것이)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 시장은 “고맙다. 내가 (선거에서 이겨)시청에 복귀하면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통화 녹음 파일은 지역신문 기자와 교통지도계장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교통지도계장과 지역신문 기자가 '원래 보직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정 시장의 부당한 지시를 알리겠다'는 등 인사권자인 정헌율 시장에 협박성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으로 익산시청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같은 정 시장의 부당지시 사항이 실제로 행해졌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익산시청 압수수색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이 압수한 서류는 교통행정과 ‘우표수불부.’

우표수불부는 우표구매내역 등을 기록하는 표 형식의 문서를 말한다.

우표구매 및 서류 발송 사실 등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다.

따라서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인 2018년 5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불법 주정차 단속고지서 ’ 발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우표수불부’를 압수한 것.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후 익산열린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실제 이 기간 동안(6월 1~13일) 10여 일간 단 1건의 과태료 고지서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6월 8일 단 1건이 기록된 게 전부다.

경찰은 정 시장이 자신의 표를 잃지 않기 위해 교통지도계장에게 부당 지시한 사항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엄중히 살펴보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정헌율 시장에게 협박성 인사 청탁을 했다는 강요미수 의혹을 받는 지역신문 기자와 교통지도계장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정 시장 관련 사항이 튀어나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익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며 “이날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한 뒤 조만간 정 시장과 관련자를 불러 구체적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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