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륵산 심곡사 한주

지난해 세월호 사건에 이어 올 4월 18일부터 5월 3일까지 중동지역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 업무 차 바레인 등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A씨가 5월 20일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병원체를 국내 최초로 확진 받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됐습니다.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국민 모두가 긴장하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여파와 가뭄에 이어 경제 한파로 인한 갖가지 문제는 아주 혹독한 재난이라는 말이 적용될 만큼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는 불안전한 사상들과 인간의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벅차고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하고자 하지만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점점 더 혼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와 기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악으로 뒤범벅된 채 탁류 속에 휘말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탁해지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맑은 공기 하나 제대로 마실 수 없고 행복한 미소 한번 지을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절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악이 들끓고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악을 물리쳐야 하고, 살면서 만나게 되는 장애들은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사바세계에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옛날에 어떤 장수가 전쟁에 패하고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땅을 내려다보니 마침 개미 한 마리가 쌀 한 톨을 가지고 벽을 올라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올라가다 밑으로 떨어지고 또다시 올라가다 또 떨어지고, 이러기를 수십 회나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수십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개미는 쌀을 가지고 벽을 올라가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을 보고 장수는 용기를 내어 다시 싸워 승전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 걸쳐 무수한 사람들이 삶의 고뇌를 헤쳐 가며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지역이나 국가적인 절박한 위기 상항도 어느 나라나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자신에게 닥친 위기, 지역이나 국가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위인도 나오고, 역사적인 사건도 나오는 것입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아니 위기가 아직 닥치지 않았을 때부터 가장 경계해야할 일은 자기 자신의 고착화(固着化)입니다.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함정은 스스로가 자신의 가능성을 묶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아가 인류의 발전을 저지하고 파멸의 길로 이끌고 가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가장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상항 속에서도 실의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위기는 극복해야지 주저앉으라고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절대로 실망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불교에서는 항상 마음을 강조합니다. 즉 인생에 있어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문제도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난과 부(富)도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가진 것이 조금이라도 만족하면 부자요, 많이 갖고도 부족하면 가난한 것이고, 내가 행복하면 성공이요, 불행하면 실패인 것입니다.
또한 마음은 곧 행동을 나타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마음을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 주느냐 하는 문제에 인생의 성공, 행복, 부가 달려 있는 것입니다.

부디 이 겨울이 더 이상 우리에게 재난을 가져다주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을미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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