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선 영패션 대표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부담에 집하고 땅 팔아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습니다. 죽을 맛입니다.”

2014년 중국 칭다오에서 익산 패션단지로 유턴한 패션주얼리 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유턴기업들이 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로 돌아온 업체 총 64곳(8월 말 기준) 중 절반이 조금 넘는 38곳만 현재 조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A업체처럼 공장만 세워놓고 생산을 중단한 곳까지 감안하면 실제 조업 중인 업체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추측된다. 2017년에는 폐업, 투자 계획 철회를 이유로 5개 기업이 유턴 기업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들은 정부 측 지원 약속을 믿고 국내로 돌아왔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데다 정부 지원 혜택도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중국 칭다오에서 익산 패션단지로 유턴한 패션주얼리 업체 영패션의 최상선 대표는 5년간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주로 미국 패션유통업체에 반지와 목걸이, 팔찌 등 패션주얼리를 납품했는데, 노동집약적 산업인 특성상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에 도저히 2달러 내외인 납품단가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유턴 초기에 94명까지 고용했는데 점차 어려워지면서 지금은 21명까지 줄였고, 고용 규모 감소로 유턴 기업으로서 지원받을 수 있는 고용보조금마저 끊겼다"면서 "내 집과 땅을 팔아 수십억 원을 들여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왔다"고 토로했다.

국내로 유턴한 패션주얼리 업체는 총 11곳으로, 전자 업종(12곳) 다음으로 많이 돌아왔다.

그러나 국내 임금이 중국 내 임금보다 아직도 2~3배 높아 국내 복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대표와 함께 익산 패션단지로 유턴한 A업체는 공장 문을 닫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A업체는 입지·설비보조금 등 정착에 필요한 유턴 업체 지원금을 정부에 환급하고 지금은 공장과 사무실을 연락소 정도로 사용 중이다.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첨병으로 기대되던 국내 유턴 업체들이 생존 기로에 놓여 있다./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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