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24개월 된 손녀가 외출하기 전 마스크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기특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마스크가 답답하여 벗으려고 할만도 할 텐데 벗지 않는 모습 또한 대견하고 그동안 환경을 깨끗하게 하지 못해 부끄럽고 미안했다.

손녀를 보며 우리가 함부로 쓴 환경으로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각심을 갖고 있는 손녀세대에는 좀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찾아본다.

며칠 전 ‘책속에서 보석찾기’라는 수업 중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은혜 갚은 까치’라는 이야기가 있다.

선비가 새끼까치를 잡아먹으려는 구렁이를 죽인다. 그러자 구렁이의 아내는 남편을 죽인 선비에게 복수를 한다. 은혜를 입은 까치부부는 선비를 위해 몸을 부딪쳐 종을 울리고 죽는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생각을 물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이들이 워낙 책읽기를 싫어하고 생각하기를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진지한 토론장이 됐다.

“선생님 어차피 까치도 벌레를 잡아먹잖아요. 구렁이가 새끼 까치를 잡아먹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구렁이를 죽인 선비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죽은 엄마까치가 불쌍해요.”

“우리도 돼지고기, 소고기를 먹는데 뭐가 불쌍해요?”

“선비는 상관하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왜 구렁이를 죽여서 또 복수를 하게 해요?”

“저는요. 꼭 죽어야 한다면 구렁이가 죽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요 아기까치는 아직 세상을 살아 보지 못 했잖아요. 그래도 구렁이는 살아 봤잖아요. 선비가 아기까치를 구해주고 구렁이를 죽인 건 잘했다고 생각해요.”

“선비가 아기까치를 구하기 위해 구렁이를 죽인 건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살아있는 구렁이를 꼭 죽였어야 했을까요? 옆에 있는 나무에 화살을 쏘았다면 구렁이는 아마 깜짝 놀라서 도망갔을 거예요. 그럼 구렁이도 살고 아기까치도 살고 엄마까치도 살고 선비는 복수를 당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엄마, 아빠가 없는 아기 까치는 어떻게 살아요?”

마지막 아이의 말에 엄마 없는 아기 까치가 불쌍하다며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이기 까지 했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부끄러운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밟히지 않으려고 먼저 밟는 것이 아닌 누가 누구에게 피해주지 않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희망의 싹이 그곳에 있었는데 나는 보려고 하지 않았었나보다. 성급한 조바심으로 걱정만 했었다.

재미있을 것도 없는 요즘살이.

손녀가 알아서 마스크를 잘 챙기는데 무얼 걱정하는가.

예쁜 마음을 가진 그 아이들은 환경도 깨끗하게 사용할 것이다. 예쁜 마음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서 희망의 싹을 키워본다.

나만 바른길로 가면 된다는 생각을 삭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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