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읽은 만화 2위로도 뽑혔던 허영만 작가의 식객에는 '향기가 없는 것은 우리를 매혹하지 못 한다'라는 글이 나온다.

그 글을 보면, '모든 것이 규격화 되고 표준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요즘이다.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물자의 정보, 엇비슷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우리는 점점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지방, 어느 식당에 가도 더 이상 그곳의 독특한 맛을 찾을 수 없다. 전라도 음식은 전라도 음식다워야 하고 경상도 음식은 경상도 음식다워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500년의 슬픈 고도 서울처럼 우리 음식이 향기를 잃을까 걱정이다'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음식문화에만 국한된 것일까?

요즘 대한민국은 출산율의 감소를 걱정하고 있고, 익산시와 같은 지방 도시들은 출산율 감소와 더불어 청년층의 타 지역으로의 유출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익산시는 그동안 인구 늘리기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수많은 예산을 투입했으나, 인구는 여전히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익산시의 인구는 2018년 6천1백 명, 2019년 6천3백 명, 2020년 5천5백 명이 감소해 한해 평균 6천 명 가량이 줄었다.

2020년 한해를 보면, 전라북도 6개 시(전주, 익산, 군산, 정읍, 남원, 김제) 중 가장 많이 인구가 줄어들었고, 감소율을 보면 1.9%로 6개 시 중 1위이며 전라북도 전체 14개 시·군 중 임실과 순창, 부안에 이은 4위이다.

그럼 이렇게 가장 많은 인구가 줄어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청년층의 심각한 유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전주 다음으로 많은 청년층이 거주하는 익산이 그 청년들을 붙잡지 못하고 있어 가장 심각한 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출산율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 익산시는 왜 청년층을 붙잡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걱정만 하고 있는 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익산시가 내놓은 정책들이 젊은 층의 유출을 막기에 부족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식객에서 말하듯이 규격화되고 표준화되어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물자와 같은 정책들이 익산시가 점점 개성을 잃도록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 지 묻고 싶다.

똑같은 조리방법으로 만들어져 같은 맛을 내는 음식들로 채워진 음식점을 맛 집이라 말하지 않는 것처럼 여타 도시들과 똑같은 정책을 펼치는 익산시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도시로 비쳐지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익산시가 인구변화 모습에 있어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웃 완주군과 군산시에서 그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청년 일자리, 주택공급, 복지 분야 등의 정책에서 익산시와 어떻게 다른 가 다시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완주군과 군산시는 익산시에 비해 감소폭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말 인구수를 보면, 군산시의 인구수는 26만7천8백59명으로 익산시 인구수 28만2천2백76명과 1만4천4백17명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고 있다.

2018년 이후 3년 동안 군산시는 7천1백 명이 감소한데 반해 익산시는 1만7천9백 명이 감소하여, 익산시가 군산시에 비해 2.5배 많은 인구 감소를 보였다. 그동안의 인구통계에 비추어 보면, 3~4년 후에는 군산시의 인구가 익산시 인구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주민의 삶의 향상과 지역 발전을 통하여 인구를 얼마나 증가시키거나 인구 감소 규모를 얼마나 줄이는 데에서 찾는 것이 옳다고 본다.

향기가 좋은 꽃은 벌과 나비만을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불러 모은다.

정책을 잘 편다면 청년층을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청년층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익산시가 청년층을 매혹하는 정책을 펴지 못한다면 결코 그들을 잡을 수 없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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