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가

연습하고 있는 작품의 제목이다. 어찌보면 이상과 현실을 나누는 듯한 제목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부실공사로 인해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는 한 아파트 주인이 외국에 나가게 되면서 약 6개월 동안 세를 놓게 되는데 우연한 기회로 두 여자가 세를 살게 되고 주인의 남자 조카가 갑자기 서울에 올라오게 되면서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렇게 연극은 세 사람의 비밀과 거짓에 쌓여 있는 이야기를 펼쳐 나가면서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1981년 희곡 작가 이근삼의 작품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의 세상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바로 민주화의 열기가 뜨거웠던 시기이며 두발과 교복의 자율화 및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작품의 내용 중에도 통행금지 싸이렌이 울리는 장면이 있는 나오는데 싸이렌이 울리기 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이 경찰서에 붙잡혀 있지 않을까를 걱정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 기억 중 싸이렌이 울리면 집 안의 불을 다 끄면 텔레비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쳐다 보다 잠이 든 기억이 있기도 하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보면 ‘진자’라는 21살의 여자가 나온다. 아버지 대신 집안의 생계를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진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평범한 결혼 생활도 포기한 채 다섯 명이나 되는 동생들의 공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했던 직업 아닌 직업이었다. 하지만 ‘진자’는 포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사실 80년 대 이런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적잖이 있었기에 ‘진자’도 이렇게 이야기 한다.

“대수롭지도 않은 얘긴데. 나 같은 여자가 우글우글할 거예요.”

가족을 위해서 하는 희생은 희생이 아니라고 생각되던 시기…….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뉴스거리들은 살해다. 이모가 조카를,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남동생이 누나를…….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거짓으로 포장했던 남자 주인공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두고 보세요. 나 일 할 겁니다, 열심히! 세상은 나보다 잘난 사람 투성이지만, 그래도 인생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할 겁니다. 참아 가면서…바보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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