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피는 꽃

시인 / 별빛정원 대표

꽃 이름이 왜 백일홍일까?

백일 동안 피는 꽃이라서?

오랫동안 피는 꽃이라서?

어렸을 적 앞집 뒤뜰에 커다란 백일홍(배롱나무를 백일홍이라 부름)이 있었다.

그 집에서는 뒤뜰이지만 우리 집에서 보면 앞뜰에 핀 우리 꽃나무 같았다.

어머니는 저 꽃은 모를 심을 때 쯤 피기 시작해서 지고 피기를 세 번 하는 꽃이라서

백일홍이라 부르며 세 번 피면 쌀밥을 먹을 수 있을 거라 해서 나는 쌀밥나무 꽃이라 불렀다.

쌀밥 먹기 참 어려운 때였다.

밥물이 솥에서 오글오글 끓어오를 때 모양이 백일홍 꽃처럼 생겼다는 생각을 해본다.

백일홍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피는 봉숭아는

귀신이나 뱀을 쫒아낸다고 하여 금사화禁蛇花라 불렀고

붉은 빛을 귀신이 싫어한다고 믿어 손톱에 물들이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일제에 항거하는 노래 가사에 등장하여 겨레의 가슴을 적신 꽃이기도 하다.

봉숭아꽃은 몇 번이나 필까?

울 밑에서 첫 번째로 피고

두 번째는 소녀의 손톱에서 피고

세 번째는 소녀의 손톱을 바라보는 소년의 가슴에서 핀다.

첫사랑이 어른거리고, 어릴 적 누이가 생각나는 꽃

봉숭아꽃을 선물하기는 그렇지만 꽃물 든 손톱은 사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데는

최고의 선물이다.

고전이 되어버린 봉숭아물 든 손톱으로 은근한 매력을 들여 보면 어떨까.

담울담울 핀 봉숭아 꽃 속에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꽃물처럼 들여져 있다.

꽃물을 들여 주던 어머니가 보고파 눈자위가 꽃처럼 붉어지는 꽃

우물 속에 비친 달처럼 어머니 무명 저고리 같이 아릿한 꽃

백일홍과 봉숭아꽃을 보면 누이나 어머니를 만난 것처럼 가슴이 아리다.

봉숭아 꽃물이 손톱에서 설렘 꽃으로 피듯이 그런 벅찬 세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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