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쌀밥·효모·정제효소·물엿·감미료로 빚어 자신의 주량 2배 마셔도 다음날 머리 개운

멸균·열·방부처리 제품은 무늬만 막걸리… 가격 20년째 동결 한번 맛 보면 계속 발길

흔히 맛있는 음식을 표현할 때 ‘입에 착 감긴다’고 말한다. 막걸리를 즐기는 기자의 입에 착 감기는 막걸리를 만났다. 혼자마시기 아쉬워 기자보다 더 막걸리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맛을 보라며 건넸다.

바로 답이 왔다. “달지도 않고 누룩냄새가 살아 있다. 이렇게 맛있는 막걸리는 처음이다.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

그 주인공은 여산양조장(대표 최형진·65)에서 생산한 ‘여산 생막걸리’다.

여산 생막걸리는 60여년 노하우와 전통방식으로 제조한다. 누룩·쌀밥·효모·정제효소·물엿·감미료가 전부다. 화학제품은 전혀 첨가하지 않는다.

여산 생막걸리는 그래서 막걸리 본연의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주량 2배를 마셔도 다음날 속이 편하고 머리가 아프지 않다.

최형진 대표는 “여산 생막걸리를 마셔본 사람은 그 맛을 안다. 한번 맛 본 사람은 줄기차게 찾는다”고 자랑한다.

최 대표는 또 “양조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첨가제를 사용한다”며 “여산 생막걸리는 화학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아 달지 않고 막걸리 본연의 맛을 지켜오고 있다"이라고 말한다.

최 대표는 이어 “막걸리를 마실거라면 반드시 생막걸리를 마시라”고 조언한다. 멸균·열·방부처리한 제품은 무늬만 막걸리라는 것. 여산 양조장이 생막걸리만 생산하는 이유다.

양조장 발효탱크에서는 마치 용암이 끓는 것처럼 살아있는 유산균이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며 막걸리를 숙성시킨다.

생막걸리의 단점도 있다. 유산균이 살아 있어 완벽하게 밀봉할 수가 없다. 병마개에 유산균이 숨을 쉴 수 있는 숨구멍을 만들어 줘야 한다.

병이 넘어질 경우 숨구멍으로 막걸리가 새어 장거리 유통이 어렵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몇몇 고객은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병마개 하나 제대로 못 맞추나”며 항의하기도 한다.

여산 생막걸리의 명성은 전국구다. 바로 외박 나와 생막걸리를 마셔본 여산부사관학교 교육생들의 입소문 덕분이다. 교육생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제대 후 택배로 주문한다. 아쉽게도 여산 생막걸리는 택배로는 배달할 수 없다. 대신 서울과 부산지역에 거주하는 애주가들에게는 고속버스 편으로 보낼 수 있다.

여산 양조장은 최 대표의 부친이 1959년 인수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당시 이리·익산 관내에는 양조장 42곳이 있었다.

여산 생막걸리는 여산 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적은데도 매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정성과 사랑을 듬뿍 담아 정직하게 빚는 것을 소비자들이 먼저 알았기 때문이다.

전북지방청 세무서 직원들이 매주 방문해 매출을 점검할 정도로 판매량이 많았다. 지금은 세무서 직원들의 발길이 끊겼다. 가끔 전화로 확인할 뿐이다.

주문이 밀려오면서 양조장은 바빴다. 직원 12명이 쉴 틈 없이 배달했다. 발효탱크 30개에서는 항상 생막걸리가 익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50년 넘게 여산 양조장을 지키고 있는 직원 1명과 발효탱크 2개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익산에는 현재 양조장 6개가 운영 중이다. 이 중 여산양조장의 역사가 가장 깊다. 역사의 깊이만큼 생막걸리의 맛도 깊다.

여산 생막걸리는 20년째 같은 가격이다. 750㎖ 도매가격이 800원으로 생수 가격보다 싸다.

최 대표는 “형제와 지인들이 언제까지 경제원칙에 어긋나는 가격을 유지하려는지 걱정한다”며 “막걸리의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산교 바로 옆에 위치한 여산 양조장은 정원이 아름답다. 소나무를 좋아하는 최 대표의 정성이 가득 배어있다.

여산 양조장은 여산 시가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살인범으로 몰린 아들(원빈)과 어머니 김혜자가 만난 장소이다. 양조장 입구에 걸린 ‘50년 전통의 막걸리’ 표지는 2008년 촬영 당시에 설치했다. 지금은 ‘63년 전통의 막걸리’다.

최 대표는 우리 고유의 전통술 막걸리를 지키고 싶다. 하지만 그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애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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