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쉼쉬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

2008년 교통사고 이후 환자와 가족들 밀다원 가족봉사단 결성

사비들여 올해 배추 1천여 포기 김장 등 다양한 이웃사랑 실천

“바람골(금마면 용순리 서편마을) 어르신이 몸이 아파 김장을 못한다고 하던데 김치 한 통 가져다 드리지.”

박애란 밀다원 가족봉사단 대표가 지난 8일 친구처럼 지내는 금마면 주민자치회 재무에게 건넨 말이다.

박 대표는 지난 6일 금마면 행정복지센터에도 관내 어르신들과 저소득층에 전달해 달라며 김장김치 20통을 기탁했다.

박 대표가 올해 김장한 배추는 1천여포기. 배추 값이 예년보다 비싸 지난해 보다 500포기를 줄였지만 엄청난 양이다.

배추는 농가에서 구입하고, 고추(200평에 2천500주)와 생강 등 일부 양념류는 직접 농사를 지어 마련했다. 박 대표는 “올 초에 받은 퇴직금을 농사비용으로 모두 사용했다”며 미소짓는다. 김장 일손은 금마면 지인들이 거들었다.

배추가 워낙 많다 보니 김장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는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생각하지 않았던 돈이 생겨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밀다원 가족봉사단원들의 후원금과 감사를 맡고 있는 남편 윤승기 씨가 주말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지원금이 더해졌다.

김장김치는 익산관내 뿐만 아니라 서울·전주·대전·고창 등 전국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냈다.

박 대표는 또 봄에는 양파·대파·갓 김치를, 여름에는 물김치와 백김치를 담가 필요한 사람들과 나눈다.

이러다 보니 금마시장(금마면 금마4길 7)에 자리한 밀다원 가족봉사단 사무실은 마치 반찬가게 같은 모습이다.

사무실 밖에는 소금에 절인 배추와 소금 간을 씻어낸 배추가 채반에 담겨 있다. 사무실 안에는 고춧가루와 젓갈, 야채를 버무린 양념류가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반찬가게로 알고 가격을 묻기도 한다.

박 대표는 김장봉사 뿐만 아니라 어린이날에는 통닭과 피자를, 크리스마스에는 산타와 함께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한다. 추석과 설 명절에는 명절음식을 만들어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한다.

“어르신들이 의외로 피자와 통닭 같은 음식을 좋아하세요. 그런데 아이들이 없는 가정에서는 맛보기 힘들죠.”

박 대표는 어버이날에도 통닭과 피자를 어르신들에게 선물한다.

박 대표가 밀다원 가족봉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다.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배식 봉사, 사회복지시설 봉사, 연탄 봉사 등을 펼치면서 삶의 소중함을 실천했다.

지난 2019년에는 ‘밀다원 가족봉사단’이라는 자원봉사단체로 등록하고 금마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의 왼쪽 부분이 불편한 데다 시력 저하, 뇌동맥류를 갖고 있는 박 대표는 장애 5급. 트레이드 마크인 모자도 뇌동맥류 악화를 막기 위해 쓴다.

이런 그가 봉사활동에 몸을 사리지 않는 것은 남편이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를 겪으면서다.

“병원에서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어요. 모두가 죽는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죠. 남편이 건강을 회복한 것은 기적이에요.”

박 대표는 남편의 사고와 건강회복 등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웃을 위한 이타적인 삶에 빠져들었다.

여기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봉사 유전자’도 작용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웃사랑을 실천하셨던 분이에요. 매년 차떼기로 김장을 해 이웃들에게 전달했죠.”

고창이 고향인 박 대표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김장김치를 홀로사는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고 기억한다. 아버지도 대통령 봉사상과 효도상 등 8개 상을 받은 지역사회의 유명인사였다.

박 대표는 “봉사는 쉼 쉬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다. 밀다원 가족봉사단은 회원 43명이 활동하고 있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