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이영미 수어통역사.

“사람은 누구나 놀라면 눈을 크게 뜨게 마련이죠. 이게 바로 바디랭귀지(body language)에요. 수어는 우리 몸에 숨겨져 있어요.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죠.”

익산시 수어(수화)통역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영미 수어통역사(52)는 누구나 수어를 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영미 수어통역사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 4명과 함께 익산시에 거주하거나 외지에서 익산을 방문하는 청각·언어장애인들에게 수어통역서비스를 한다. 또 익산시청 등 기관·단체가 브리핑이나 행사에 수어통역을 의뢰하면 참여한다.

익산시에 거주하는 청각·언어장애인은 2천여명으로 하루 평균 통역·상담을 모두 합치면 사무실에서만 20여건에 이른다.

“수어통역을 하다보면 내가 살지 않았던 다른 인생을 경험할 수 있어요.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이죠.”

이 수어통역사는 간접경험을 많이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어통역은 서울에서 관광 온 60대 부부. 군산에서 점심을 먹다 조개껍질이 목에 걸려 원광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

별다른 생각 없이 오후 4시쯤 응급실에 도착한 이 수어통역사는 힘들어 하는 환자와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해 난감해 하는 의료진을 보는 순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조개껍질을 제거하고 자정을 넘겨 귀가한 이 수어통역사는 그날의 일을 잊고 일상에 전념했다. 며칠 후 이 수어통역사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 부부는 과일박스를 들고 통역센터를 방문해 감동을 선사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어통역사들은 밤낮으로 호출된다. 경찰서에도 간다. 청각장애인들이 사건의 피의자나 피해자로 경찰서에 있을 경우 수어통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어통역사 수요가 많아지고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어를 배우려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아요. 하지만 수어를 배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 수어통역사는 “수어를 쉽게 생각하고 배우러 왔다가 초급반에서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며 “수어는 영어나 일어, 중국어 같은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면 맞다”고 말한다.

이 수어통역사가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랫집 동생 때문. 익산에서 열린 전라북도농아인체육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인연으로 2012년 익산시수어통역센터에 입사해 10년째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입과 귀가 되고 있다.

이 수어통역사는 많은 사람이 수어에 관심을 갖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어를 배우려면 먼저 수어통역센터에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수강생들이 정원에 이르면 수업 날짜와 시간을 통보한다. 올해는 수어 교육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 수어통역사는 “청각장애인들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과 다르게 눈에 띄지 않는 X맨과 같은 사람이지만 자신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 반가워한다”며 “길을 가다 수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수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달라”고 당부한다.

‘안녕하세요’ 수어는 두 주먹을 쥐고 바닥이 아래로 향하게하여 가슴 앞에서 아래로 내린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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