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수선과 수리를 천직으로 60년째 한우물을 파고 있는 김순기 씨(73).

김씨의 일터는 모현동 현대6차 아파트 옆에 자리한 허름한 판넬 건물이다. 출입문에 쓰인 ‘구두수선, 구두닦슴(습)니다. 어서오세요’라는 짧은 문구가 이곳이 구두를 수선하고 닦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 평 남짓 가게에는 전기난로와 소파, 구두수리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담아 둔 캐비넷, 화분 1개가 전부다.

김 씨는 매일 아침 7시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이곳에서 하루종일 구두를 닦고 운동화나 여성용부츠 등 신발을 수리한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출근길에 구두를 찾아가는 손님이 많기 때문.

김 씨는 1년 동안 6만 원에 고객의 신발을 닦아준다. 이렇게 연간계약을 맺은 고객은 150여 명.

1개월을 기준으로는 2만 원을 받는다. 고객들은 계약기간 횟수에 관계없이 아무 때나 구두를 닦을 수 있어 이익이다.

월정계약을 하지 않고 구두를 닦을 경우에는 3천 원. 구두창 교체는 5천~7천 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김 씨가 구두 한 켤레를 닦는 속도는 약 3분. 빠르고 꼼꼼한 손놀림이 나이(호적신고가 늦어 실제 나이는 76세)를 의심케 한다.

김 씨는 구두약을 바른 뒤 천에 물을 묻혀 구두를 닦는 일명 ‘물광’ 방식을 사용한다. 물광은 구두약을 바른 뒤 불을 쪼여 광을 내는 ‘불광’ 방식보다 광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구두바닥을 보면 그 사람의 골격균형 상태를 알 수 있다”며 “걸을 때 발을 끌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구두를 오래 신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구두 한 켤레로 1년을 신는다면 2컬레로는 3~4년을 신을 수 있다”며 “계절별로 한 켤레 이상을 두고 번갈아 신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김 씨는 “코로나로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아내와 단둘이 생활해 생활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미소 짓는다.

김 씨는 그이 나이 14세 때인 1962년 구두약을 잡았다.

전남 장성이 고향인 김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려운 집안 생각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양화점에서 무료로 구두를 닦으며 기술을 배웠다. 1년 여만에 기술을 습득한 김씨는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하늘을 나는 듯 기뻤다.

모든 아버지가 그랬듯이, 김 씨는 열심히 일해 2남 1녀를 대학졸업시켰다. 결혼한 딸과 미혼인 둘째 아들은 서울에서, 셋째 아들은 부산에서 생활한다.

“지금도 돋보기를 쓰지 않고 신문을 읽을 정도로 눈이 밝고 건강한 편이야. 그런데 좁은 공간에서 구두약과 본드 냄새를 맡아서인지 천식약을 먹고 있지.”

김 씨는 “아내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을 들고 출근할 때마다 즐겁다”며 “고현초등학교 입구에 있는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고 말한다.

김 씨는 “자녀들이 이제 쉬면서 노후를 즐기라고 하는데, 집에 있으면 병이 나는 성격”이라며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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