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그늘’ 쓰레기 더미 빌딩의 비밀

중앙로 변 옛 한아름예식장이 자리한 4층 건물.

1층엔 안경점이 입주해 화려한 외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1층 계단엔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 맥주병, 소주병, 물병, 플라스틱 커피잔, 빈 커피박스가 여기저기 놓여 있다.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계단도 마찬가지다. 숙취해소용 음료수병, 화장지 박스, 우산, 심지어 곡식에서 돌을 고를 때 사용하는 조리가 나뒹군다. 소주가 흘러나온 자국도 선명하다.

2층 사무실은 문이 잠겨 있었다.

예식장으로 사용한 3층 사무실은 마치 쓰레기장을 보는 듯하다. 맥주·막걸리·소주병을 비롯해 배달용 음식케이스, 컵라면, 양념병, 종이컵, 나무젓가락, 방석, 전선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한쪽에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사무실 가운데에는 소파가 놓여 있고, 그 앞에 놓여 있는 가스버너에서는 음식을 조리한 듯 그릇이 올려 져 있다. 4월 초순인데도 악취가 진동했다.

건물 구석에는 소파가 놓여 있고 누군가 이곳에서 잠을 잔 흔적이 있다.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해 섬뜩한 기분마저 들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는 어림잡아 수 십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1층 안경점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관계자는 “건물주의 가까운 지인이 드나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물주에게 깨끗이 해 줄 것을 부탁하면 ‘네’라고 짧게 대답만 한다. 세입자가 더 이상 뭘 요구할 수 있겠냐”고 말 못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노숙인들이 3층에서 숙식을 하는 줄 몰랐다”며 “경기 침체로 세입자가 없어 사무실을 방치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건물 맞은편 상인 A씨는 “중앙로에 위치한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아 비어 있다”며 “옛 한아름예식장은 중앙동 중심상권에서 떨어져 있어 문을 닫은 뒤 누구도 건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익산의 현주소가 아니겠나”고 씁쓸해 했다.

사회단체 대표 B씨는 “건물에 방치돼 있는 쓰레기를 회원들과 치우려 했지만 건물주가 반대해 취소했다”며 “건물주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한다. 겉으로 들어나지 않은 쓰레기 더미의 비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