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임화영 제자…판소리 복귀 7년 만에 이룬 쾌거

“남편 등 가족에 감사”…“북 호흡 함께한 임청현 선생님도 감사”

스승 임화영 명창(오른쪽)과 함께.

 '익산에 경사 났네!'

‘익산의 딸’ 국악인 정숙 씨(50)가 큰일을 냈다.

전국 규모 국악대전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국악의 도시 익산을 빛냈다.

정숙 씨는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제23회 청강 정철호 국악대전에서 종합대상인 대통령상을 거머쥐며 명창 반열에 올랐다.

2007년 스승인 임화영 명창이 제34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후 또 한 명의 명창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날 대회는 전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만큼 206명의 내로라하는 국악 전공자들이 출전해 열띤 경연을 벌였다.

정숙 명창은 임화영 명창의 애제자다. 매일같이 중앙동 소월 임화영 판소리 전수관에 나와 피나는 연습을 했다.

가정생활 이외의 시간은 항상 임화영 명창과 함께 목소리를 갈고 닦았다.

제스처는 물론 추임새 하나하나 스승을 닮고 싶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판소리에 입문했지만 20여년 넘게 소리를 잊고 지내 쉽지 않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목을 틔었다.

목에서 피가 나고 항상 목소리가 잠겨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중간에 포기하려고 마음먹길 수 십 번.

그러길 7년여.

지천명의 나이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하늘의 별’을 땄다.

임화영 명창은 “그동안 모진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며 끊임없이 노력해온 결과”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임 명창은 “익산에 뒤를 이을 명창이 탄생했다”며 크게 기뻐했다.

정숙 명창은 “그동안 묵묵히 지도해준 임화영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또한 늘 북으로 호흡을 함께 해주신 임청현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사실 정숙 명창은 20년 만에 국악에 복귀한 ‘소리꾼.’

전남 무안이 고향인 그는 11살에 전남국악원에서 처음 소리를 배웠다. 어려운 형편에도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 덕분에 대학까지 마치고 전남도립국악원 단원으로 활동하던 기대주였다.

결혼과 출산으로 소리를 잠시 내려놓아야 했던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틈틈이 소리를 배웠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꿈을 이룰 수 없었다.

그렇게 20대와 30대를 보낸 그는 부군인 홍철희 씨와 아들 인균 씨(27) 덕분에 다시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는 “남편은 예전부터 나의 소리를 좋아해줬다. 우연히 익산국악원 임화영 원장님을 만난 자리에서 내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10년 전에 원장님에게 한 달 정도 배웠는데 여건상 그만둬야 했다. 그런데 남편이 다시 기회를 잡아줬다”면서 “무엇보다 국악을 전공하고 현재 고수 강사로 활동하는 아들 덕분에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화영 명창을 사사하며 소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다시 목소리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지만, 좌절 대신 오기를 앞세워 누구보다 열심히 소리 공부에 매진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열매는 튼실했다. 그는 소리를 다시 시작한 지 1년 만에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9월 제31회 정읍사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일반부 종합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고, 10월 30일 열린 제7회 낙안읍성 전국 국악대전에서는 일반부 대상인 국회의장상 영예를 안았다.

이때 목표를 대통령상에 두고 춘향가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소리 공부를 한 지 7년 만에, 아니 20여년 만에 꿈을 이룬 정숙 명창.

잠시 쉴 틈도 없이 수궁가 완창발표를 위해 오늘도 연습실로 향했다. /황정아 기자

임청현 교수(왼쪽)와 스승 임화영 명창과 함께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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