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아아…아파, 아파”

갑자기 교실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 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진행한 후 쉬는 시간에 들려오는 소리였다. 깜짝 놀라서 쳐다봤더니 5명 정도의 남자 아이들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포개져 있었다. 일명 ‘압사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아이들을 서로 떨어지게 하고 쉬는 시간임에도 모두 자리에 앉게 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아이들은 왜 자신들의 쉬는 시간을 뺏는 건가 하는 표정과 ‘압사놀이’를 했던 아이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을 아는 건지 긴장된 표정들로 순식간에 교실 공기는 무겁게 변했다.

“너희들이 지금 하는 행동이 어떤 건지 알고 있어? 누가 그런 장난 하라고 했어?”

상기된 내 목소리에 놀라 아무 대답도 못하는 아이들, 순간 나도 그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아차 싶었다. 지금 4학년인 그 아이들에겐 우리에게 잊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3학년, 분명 아이들은 잘 모를 수도 있기에 쉬는 시간에 했던 그 놀이가 어른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받아 들여지고 있으며 또한 그 사건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나 스스로의 감정을 먼저 다스리고 목소리를 낮춰서 다시 말했다.

“얘들아, 지금 너희들이 하는 행동은 정말 위험한 행동이야. 맨 밑에 있던 친구가 소리 질렀잖아. 왜 그랬을까? 위에 있던 친구들의 무게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게 되니깐 빨리 내려오라는 신호를 보낸 거거든. 그런데도 위에 있는 친구들은 재밌다고 웃고 있었으니……. 선생님은 너무 깜짝 놀랐어. 다음부턴 이런 놀이하면 안돼”

“……네.”

너무도 많은 생명을 앗아간 사건, ‘이태원 참사’

그 날 따라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아 tv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보게 된 사건 현장. 처음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채널, 저 채널에서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세상에…세상에…….’

그들의 죽음 앞에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던, 그저 미안함만이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이 남아 있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지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그저 안타까웠던 사건의 하나로 치부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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