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시장 부당 지시 녹취 없었지만, 정황 증거 나와

공무원 법률대리인 “부당 지시 의심 소지 있는 사적인 대화 녹취 나와”

“직접증거 없이 간접.정황 증거로도 처벌 가능…정 시장측 적극적인 방어 예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헌율 시장이 지난 8월 23일 오후 전북경찰청에서 조사받은 뒤 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대질조사에서 공무원에게 부당 지시하는 전화통화 내용이 나와 정헌율 시장이 크게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같은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로 인해 틀림없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이다.”

“무슨 소리냐.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공무원과 대질조사를 했지만, 특별하게 나온 게 없다. 시중에서 떠도는 녹취파일 존재는 사실무근이다. 무혐의 처분이 확실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당선 목적으로 직위남용)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정헌율 시장을 두고 시민들의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점심 식사 자리나 저녁 술자리에 3~4명만 모여도 정헌율 시장의 경찰 소환조사를 두고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정 시장이 기소가 될 것인가 아니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인가이다.

그리고 재판에 넘겨질 경우 유‧무죄 여부다.

이 같은 관심은 정 시장이 지난 9월 5일 익산시 공무원과 대질조사를 받고 나온 후 초 절정에 달하고 있다.

정 시장은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의식해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부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경찰은 이러한 지시를 받았다고 알려진 익산시 공무원(당시 교통지도계장)을  불러 정 시장과 대질조사를 벌였다.

정 시장은 “그러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공무원은 “분명히 지시를 받고 선거기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며 직위를 남용한 부당강요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1차 조사 후 양측의 의견이 크게 달라 대질조사를 택했다.

경찰은 지난 9월 5일 오후 1시께 정 시장과 공무원을 불러 3시간 40여분가량 대질 조사했다.

이날 대질조사의 핵심사항은 정 시장이 공무원에게 부당 지시를 내린 통화 내용 녹취 여부다.

시중에서는 이날 빼도 박도 못하는 녹취 파일이 까져 정 시장이 크게 당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지만 이날 이러한 녹취 파일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자칫 부당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 받을 소지가 있는 사적인 통화 내용이 나왔고, 이에 대한 정 시장 측의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해 보인다는 게 공무원 법률대리인의 설명이다.

공무원 법률대리인인 이희성 변호사는 10일 익산열린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간접 증거와 정황 증거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녹취록 존재가 필수 요소는 아니다. 이번 대질조사에서 정 시장이 해당 공무원에게 부탁을 했을만한 정황 증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밝혔다.

이 변호사는 “변론 중인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기간 통화한 내용이 아니고, 선거가 끝난 후 사적인 통화 내용이 존재한다. 이러한 정황이 정 시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일 대질 조사를 마치고 나온 정 시장은 취재진 앞에 서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하고 나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 시장은 "협박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상하게 확대돼 조사를 두 번이나 받았는데, 그동안 (경찰이) 협박 피의자들 말만 듣고 (저의 혐의를) 의심했지만 이번에 충분히 해명했다고 생각 한다"며 "직원과 대질조사를 받는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비참한 일이지만 수사상 필요해 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태료를 부과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면서도 "수사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상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었기 때문에 수사 기관에서 올바르게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정 시장은 지난 1차 조사 때에는 8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나와 "음모하고 음해해서 사람을 곤란에 빠트리면 안 된다"고 짤막하게 답변한 뒤 자리를 떴다.

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공무원은 익산열린신문과의 통화에서“말도 안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공무원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한 공무원과 언론인이 '원래 보직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정 시장의 부당한 지시를 알리겠다'는 등 인사권자에 협박성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으로 익산시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관련 수사를 이어오던 경찰은 추가로 정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지만,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법을 위반하면 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조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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