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즐겁게 한글 배우며 자신감까지 쑥쑥

낭산면 삼담리 작은도서관 안. 하얀색 칠판(화이트보드)에 적힌 낱말을 또박또박 따라 읽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반백의 머리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어르신 10여명이 모여 한글을 배우고 있다. 익산시 평생학습센터의 문해교육프로그램 ‘찾아가는 익산행복학교’의 풍경이다.

낭산면 작은도서관에서는 매주 월·수요일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2학년 과정, 월·수·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3학년 과정의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6년을 배우면 초등학교 학력인증을 받을 수 있기에 만학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3년째 한글을 배우고 있는 박흥렴 할머니(76·삼지마을)는 “일제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학교 문턱도 밟지 못했고, 부모도 일찍 여의여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다”며 “늦게나마 배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응어리진 한이 풀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글교실 반장 김은례 할머니(75·오미마을)는 “한글을 깨우치고, 이웃과 담소도 나누는 것이 재미있다. 한글교실이 열리는 시간만 기다려진다”며 미소 지었다.

이들 어르신 말고도 용기를 내 배움에 동참한 중년 여성도 있다.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권금수 씨(49·용안면 교동리). “친구의 권유로 이곳에 온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선생님께서 친절히 잘 가르쳐줘 고맙고 한자 한자 읽힐 때마다 자신감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장금순 할머니(71·오미마을)는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숙 주무관과 정미경 자원봉사자(48)에게 감사를 표했다. “(우리를)친어머니처럼 대하는 이 세상 최고의 천사 같은 분들”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숙 주무관이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낭산면 작은도서관 한글교실 전담 담임 김숙 주무관. 한글교육양성과정을 거쳐 교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는 한글교사다.

김 주무관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한글교육과 특별활동(비누 만들기, 한지 만들기, 종이접기, 전통차 예절 등), 영화감상,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글교육양성과정을 거친 정미경 자원봉사자(48)도 김 주무관을 도와 한글을 지도한다. 지난해 9월부터 보수도 받지 않고 시내에서 멀리 낭산면까지 와 어르신들 한글 길라잡이를 하고 있다.

김숙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쉽게 한글을 읽힐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 주로 쓰는 문자를 반복 학습하고 있다. 더디지만 한자 한자 배우면서 어르신들이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문맹 어르신들이 있다면 언제나 익산행복학교를 찾아 배움의 기쁨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산행복학교 수강 문의는 익산시평생학습센터(☎063-859-5823).

/우창수 기자

어르신들이 만든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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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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