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등면 용산리에 사는 최원진(68)·김혜순 부부(65)도 추수를 앞두고 마음이 분주하다.

무려 1만 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어 온 정신이 가을걷이에 있지만, 농사만큼 부부가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국화분재.’ 국화와 함께 살아온 지가 25년째다.

익산 천만송이국화축제에 부부가 나란히 분재를 출품한 것도 올해로 4년째.

25년 간 국화사랑에 푹 빠져 지내는 부부의 집은 온통 초록빛이다. 모양이 잘 잡힌 국화분재가 마당을 가득 메워 장관을 연출한다. 은은히 풍기는 국향은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부부는 "지금껏 분재를 팔아 돈 한 푼 번적 없고 대회 입상 한 번 못했지만,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다.

15일마다 모양을 잡는 철사를 풀었다 감았다 하는 것이 국화분재. 여름내 땡볕을 쏘여가며 구슬땀을 흘리는 부부는 간혹 동네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아름답게 커가는 국화분재의 매력에 없던 힘도 불끈 솟는다.

“국화는 1년만 사는 식물이어서 잘 자라죠. 1년 만에 수목분재의 20년 치 수형을 표현할 수 있으니 이것이 국화분재의 매력입니다.”

부군 최 씨는 젊을 때 산림조합에서 일했다. 김근섭 전 익산산림조합장과는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선친은 철도공무원이었고, 일꾼을 여럿 둔 대농이었다. 농사지으며 산림조합 일을 하기가 벅찼던 그는 1979년 퇴직하고 농사에 전념했다.

25년 전 국화를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취미 삼아 국화재배를 시작했다. 텃밭에 대국을 심고, 100여개 화분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지금도 애써 키운 국화를 대부분 선물하고 있다.

부인 김 씨도 이런 부군을 따라 국화에 빠져 들었다. 함열 부면장과 함열농협 조합장을 지낸 선친(고 김형재 씨)이 꽃가꾸기를 좋아했고, 김 씨도 꽃을 좋아했는데 부군이 국화재배를 시작하자 내심 기뻤다.

분재는 부인 김 씨가 먼저 시작했다. 4년 전 익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국화분재를 배웠다. 국화사랑연구회 총무를 맡고 있다. 이듬해 부군 최 씨도 분재에 뛰어들었고 현재 부인과 같은 모임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

부부는 틈나는 대로 전남 함평농업기술센터로 달려가 고급기술도 익히고 있다. 취미가 같고 나들이도 함께 하니 부부금슬은 언제나 신혼이다. 40년 세월 다툼 한 번 없었다며 빙그레 웃었다.

부부는 “국화에 정성을 쏟다 보니 자녀들에 대한 사랑도 더욱 깊어졌다”며 “아들 내외와 딸도 집안을 메운 국화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고 말했다.

부부의 아들 준영 씨는 서익산농협, 며느리 송지숙 씨는 북익산농협, 딸 수영 씨는 금산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고 있다.

가훈은 ‘적애성복(積愛成福).’ 사랑을 쌓으면 복이 생긴다는 뜻이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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