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면 어르신들 독서 매력에 푸욱~

50여명 보고, 듣고, 공연 감상까지 함박웃음… ‘산들강 웅포’ 주최
나만의 책표지 만들어진 박종규 작가 수필집 선물 받아 기쁨 두배

지난 5일 시골마을에 아주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웅포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회 산들강웅포마을 book소리 콘서트.’ 책을 보고, 듣고, 감상하고 공연까지 곁들인 이색 한마당이 펼쳐졌다.

이 행사는 주민공동협의체 ‘산들강 웅포(위원장 이희광)’가 지역 농촌민은 물론 익산시민에게 책의 가치를 조명하면서 문화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

초대작가는 박종규 씨(66).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박 작가는 ‘나는 압록강이로소이다’ 영상시로 오프닝 무대를 열고, ‘인생, 분명히 뭔가 있다!’는 주제로 특강도 펼쳤다.

특히 이날 50여명의 관객들 한 명, 한 명에게 수필집 ‘꽃섬’을 선물하며, 표지에 각자의 이름을 넣은 캘리그라피를 새겨 넣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서울대 미대 출신인 박 작가는 책 표지를 미완성으로 출판해 독자 이름으로 책표지를 만드는 문학과 미술을 접목한 퍼포먼스로 ‘문학행위예술가’로 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관객들의 연령. 대부분 책과 담을 쌓고 살아온 60~70대 시골어르신들이었다.

먹고 살기도 벅찼던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책과의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던 어르신들은 그동안 못 배운 한을 풀기라도 하듯 이날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2시간 넘도록 초롱초롱 눈을 밝혔다.

또한 박 작가가 14살부터 쓴 누렇게 색이 변한 원고지 2천매를 보여주면서 “신문팔이하며 고학으로 서울대 미대에 합격했고, 40대 후반에 작가의 꿈을 이뤘다”는 삶의 역경을 털어놓자 어르신들은 같은 시대 생활상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행사엔 작은 공연무대도 열렸다. 웅포노인대학 수요풍물반 어르신들이 북을 두드리며 입장한 뒤 신나는 풍물로 ‘북(book)소리’ 콘서트의 개막을 알렸다.

또 김민수 국악예술원 소리뫼 단장의 판소리와 웅포면 고창마을에 귀촌한 신영봉 씨의 색소폰 연주, ‘웅포중학교 세시봉’ 김선위·김동찬·임병휘 군(3학년)의 감미로운 기타공연은 행사 대미를 장식했다.

아울러 푸짐한 상품과 먹을거리도 마련돼 모든 관객들이 양손 가득 기쁨도 누렸다.

진소마을 박순진 할머니(72)는 “늦게나마 책을 읽으면서 인생의 가치를 새삼 느끼고 있다. 이런 좋은 행사가 열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나만의 표지가 만들어진 책을 선물 받아 더 기쁘다”며 “내년에도 열렸으면 좋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 달 전부터 이 행사를 준비한 이남희 산들강웅포 사무국장(56·수필가)은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 책의 가치를 느끼면서 문화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내년엔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들강웅포’는 웅포 지역의 문화, 복지, 봉사, 환경개선 등 농촌의 활력을 주는 사업을 진행하는 비영리 주민공동협의체다. ‘건강한 시민, 활력 있는 농촌, 행복한 익산’이 모토다.

/우창수 기자


박종규 작가.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