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간 투병 기적 같은 삶

심리상담사 등 자격증 취득

“용기와 기쁨 주는 시 쓰고파”

세상 기쁨과 슬픔이

함께 오더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조건 오더이다

고통과 아픔은

원망을 낳더이다.

머릿속에 파킨슨병

듣기도 싫더이다

- 최강순 시인의 ‘파킨슨병4’ 중 -

26년 동안 파킨슨병을 투병 중인 최강순 시인이 지난 1월 시집을 펴냈다.

‘슬픔이 희망이 되어’, ‘희망이 기쁨이 되어’다.

최 시인의 기적 같은 삶이 고스란히 시 속에 담겨 있다. 평범한 일상의 감사와 즐거움, 고통의 시간 등 모든 순간을 시로 표현했다.

병과 싸우는 환우는 물론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희망의 기쁨을 전하고자 시집에 정성을 쏟았다.

최 시인에게 시는 고통을 참아내며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다.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을 기어이 일으켜 세워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파킨스병 진단을 받기 전 최 시인은 누구보다 활발하고,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15년 동안 송학동 통장으로도 활동한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런 최 시인에게 찾아온 고통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최 시인은 “파킨슨병에 대해 아는 것도 없던 때에 진단을 받았다. 단순히 팔이 떨리는 정도였는데 파킨슨병이라니. 청천벽력 같았다”면서 “점점 증상이 심해지면서 더욱 병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걷는 것, 말하는 것, 쓰는 것 등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 내리니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마음을 내려놓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최강순 시인. 마음이 무너질 때면 펜을 들고 무작정 글을 썼다. 결혼 전부터 일기를 써온 노트는 어느새 시(詩)로 가득 찼다.

2020년 월간 시사문단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되며 문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은 ‘사랑방’, ‘작은 사랑방’, ‘하늘이 구름에게 말한다’ 등 세 권의 시집을 냈다.

투병 중에도 최 시인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하나에 깊숙이 빠져야 살 것 같았던 최 시인은 공부를 선택했다. 보육교사와 사회복지사 2급, 청소년 상담지도사, 아동교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파킨슨병 환우들을 상담하기 위해 지난해 가족심리상담사, 분노조절상담지도사, 글쓰기 지도사 등도 취득했다.

약을 먹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최 시인은 신앙의 힘으로, 또 가족들의 사랑으로 이겨내고 있다.

부군은 정년퇴직 후 요양보호사를 취득해 최 시인의 병간호를 도맡고 있다.

최 시인은 “가족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다. 20년 넘게 기적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가족들의 힘이다”면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는 시를 계속 써내려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정아 기자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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