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대상 체험농장 진행… 행복한 농촌의 삶 영위

왕궁에는 일 잘하는 막내 농부가 있다. 훤칠한 외모에 화끈한 성격으로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왕궁촌놈농장 임정환 대표(33)다.

왕궁에서 나고 자란 그는 6년 전 귀농을 선택했다.

원광대 토목과를 졸업한 그는 육군 장교로 제대 후 포항에서 건설 회사를 다녔다. 교량건설을 마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시점에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어려서부터 가족들과 가까이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다. 주기적으로 지역을 옮겨야 하는 군인의 삶이 걱정돼 직업 군인을 포기했는데 건설회사도 비슷했다. 미래의 내 가족과 한 지역에서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결론은 귀농이었다. 캠핑장 조성이 목표였지만 현실에 맞춰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왕궁에 터를 잡은 그는 ‘왕궁촌놈농장’이란 간판을 걸었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작은아버지와 동네 어르신들을 통해 농사의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지금은 1만2천평의 논에서 꿈을 키우고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또 목이버섯, 양파, 고구마, 감자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며 베테랑 농사꾼이 돼 가고 있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체험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생명이 꼬물꼬물 왕궁논배미학교’다. 이리남초와 왕궁초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를 하고, 벼를 수확해 쌀을 받는 체험학습이다.

왕궁논배미학교 체험학습은 그의 어머니 권미숙 전 이리남초 교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아이들이 자연과 친숙해지고, 농산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그는 이때부터 익산시농민회 왕궁지회 회원들과 함께 재능기부로 꾸준히 참여해왔다. 벌써 6년째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농번기에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체험학습이다보니 좌초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절대적 헌신이 필요한 때에 그가 도맡아 뚝심 하나로 묵묵히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전라북도교육청 주민참여 제안사업에 선정돼 ‘생명이 꼬물꼬물 왕궁논배미학교 지구시민교육’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 논배미학교는 모내기부터 수확과 탈곡, 도정 등 모든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게 된다. 지난 15일에는 이리남초 어린이, 학부모, 교직원 등 90여 명이 참석해 모내기와 논 놀이, 감자캐기, 우렁이잡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논 놀이터이기에 분뇨는 물론 비료나 농약을 뿌리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아이들이 관찰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농사체험을 통해 생명의 존귀함과 자연의 신비를 배워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서 “농촌의 삶에도 행복과 희망이 있구나라는 것을 알려주는 체험농장으로 꾸며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촌의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늘 고민한다. 기계화가 됐지만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 희망을 심어 줄 젊은 농부들이 많이 들어오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앞으로 귀농귀촌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미리 체험할 수 있는 농장의 형식을 갖추고자 한다. 더불어 농사법 등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인 이지수 씨(33), 갓 100일 된 아들 찬윤이와 함께 행복이 가득한 왕궁촌놈농장을 열심히 가꿔나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황정아 기자 

이리남초 아이들의 왕궁논배미학교 체험현장.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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