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청도·강을선 목사 부부

15년 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익산에 내려 온 김청도(65)·강을선 목사부부가 세운 보금자리다. 교회치곤 쪽방에 가깝지만 이곳에선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 바로 ‘회복 나눔 밥상 공동체.’ 대표는 김청도(65)·강을선 목사부부다.

 교회건물 한 쪽에 마련된 5평 남짓의 공동체 안 식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란히 놓여 있는 대형 밥통 2개. 배고픈 노숙자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밥통이다. 매일 끼니때면 20여명의 노숙자들이 여기서 점심과 저녁을 먹는다. 차림이 워낙 남루해 음식점이나 다른 곳에서 받아주지 않는 노숙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곳에 나올 수 있는 것만이라도 행복이라고 여기는 이가 많다. 목사부부는 몸이 아파 하루 종일 캄캄한 방에서 홀로 지내는 노인 40명에게 매주 금요일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토요일 두 차례 배달했으나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그나마 줄인 것이다. 목사부부는 100명을 목표로 매일 기도하고 있다.

이들 목사부부는 또 매달 첫째 주 수요일 ‘밥 차’를 끌고 외출을 나간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익산역전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숙인 70~80명에게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역전 노숙인 섬김엔 유화석 명동뷔페 사장이 동행한다. 유 사장은 목사부부의 든든한 후원자다. 찌개를 손수 끓여오기도 하고, 맛있는 반찬도 만들어 온다. 차량을 지원해주는 ‘딩동댕 유치원’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목사부부는 하루 종일 노숙인과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베풀고 교회로 돌아오면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몸이 불편한 ‘2명의 가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10여년 넘게 갈 때가 없는데다 몸이 불편한 이들을 데려다 거두어 함께 살고 있다. 대변을 가리지 못해 2년 반 동안 손빨래를 한 적도 있다. 취직을 시켜 자립한 장애인도 있다.

김청도 목사는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대소변을 못 가리는 장애인의 옷을 빨다가 성도에게 들켜 당황한 적이 있었다”면서 “하나님이 인도해 맡겨주신 것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경기도 부평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목사부부가 익산에 온 것은 15년 전. 외동딸 김지은 씨(36·총신대 대학원)가 원광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남성고 후문에 회복교회를 세웠다. 교회 근처에 조그마한 분식집을 마련해 소외되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료 급식을 해주기도 했다. 가출한 아이들을 데려다 먹여주고 선도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당시 어린 학생들에게 ‘목사님’이 아닌 동네아저씨로 불렸다. 세탁소·고물상·미장원·과일가게 주인을 비롯해 공무원·교사 등 많은 이웃 주민들이 목사부부의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구성하게 된 것. 모든 걸 초월해서 희망을 심어보자는 ‘회복 나눔 밥상 공동체’의 시발점인 셈이다. 

김청도 목사가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27년 전. 골반 복막염으로 사경을 헤매던 부인 강을선 씨가 시어머니(권사)의 간절한 기도로 치유되면서부터다. 김 목사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부평에서 목회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5년가량은 세상의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하고 방황하며 ‘불순종’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익산에 내려와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을 섬기며 자신의 사명감과 해야 할 역할을 찾았다. 하나님의 회복을 이룩한 것. 교회 이름을 ‘회복’이라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목사부부는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렵지만 ‘노숙인·장애인·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섬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 목사는 후원금이 거의 끊겨 매일 밤 식당에 나가는 부인이 일하는 동안 근처 근린공원에 올라 2시간씩 기도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게 일으켜 세워준 하나님의 회복에 대한 보답을 위해 더욱 낮은 곳에 임하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하곤 한다.

목사부부는 2남 1녀의 부모이기도 하다. 식사도 늘 노숙자, 교인들과 함께하기에 “우리 다섯 식구끼리만 어디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칭얼대던 아이들조차 어느새 후원자가 됐다. 큰 아들 봉현 씨(42·금융회사 이사)는 얼마 전 부모에게 집을 선물했다. 둘째 아들 봉원 씨(40·서울대 박사 코스)와 외동딸 지은 씨는 매달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다. 이런 식구들이 있기에 부부 목사는 더욱 행복하다. /조영곤 기자

후원문의 ☎(063)843-1886, 후원계좌(농협 511-12-176912, 예금주 김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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