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주민 고통•지역발전 저해 이젠 끝낼 때”
“창립자 이전 약속 지켜야” 도시재생 청사진•기업윤리 필요

보배소주공장(현 하이트진로) 이전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수년 간 여러 차례 불거진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보인다.

보배와 인접해 있는 마동•동산동 주민들은 마동•동산동 보배이전 추진위원회(위원장 김형진)를 결성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최근 이한수 시장을 만난 것만 5차례, 11월 초에는 시민 8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회사 측에 탄원서도 보냈다.

주민들은 “수십 년 간 고통을 감내해 왔지만 더 이상 안 된다”며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심정”으로 보배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 김형진 위원장

#“수십 년 고통 제발 이전을”

마동에서 살아온 지 66년째라는 김형진 위원장(73)은 “밤 12에서 새벽 5시 사이에 주정제조를 하면서 나는 악취는 머리가 아플 정도다”며 “저기압 때는 500~600m 거리에 있는 이리중앙초등학교까지 온 동네에 퍼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술밥을 찌면서 나오는 수증기가 아래로 내리면서 접착력이 생기는데, 끈적거려 빨래를 못 널 지경”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소주원료를 하역할 때 나는 먼지가 온 동네로 퍼진다고도 했다.

그는 “인근 주민들은 매일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2014년 전북대 수의대가 이전하고 나면 학생들의 공부를 저해할 수 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그동안 지역에 베푼 고마움을 간직할 수 있게 이번 기회에 제발 이전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전은 보배 측에서 먼저 발언”

김 위원장은 보배소주 이전 계획은 보배 측에서 먼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배 창업주 문병량 회장이 1989년 금마 쪽으로 옮긴다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1990년 초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하이트가 인수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전 계획이 뒤로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보배 이전 요구 목소리는 2007년 4월 마동자치위원회에서 시작됐다.

▲ 이상용 부위원장

#지역 공헌 미미 ‘보배의 실상’

마동•동산동 보배이전 추진위원회는 11월 26일 총회를 열고 보배의 실상을 공개했다.

이상용 부위원장(55)은 “보배는 ‘주세 60%가 소비자에게 쓰인다’고 수 차례 광고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면서 “소주 1병 기준 88원이 지방세로 납부한다는 식으로 익산시에 마치 엄청나게 공헌을 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기여는 지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배가 익산시에 납부하는 세금은 토지세 1천430만 원, 건물세 130만 원 등 모두 합쳐 1천560만 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립 당시 지역 인력 채용 수가 300명에서 현재는 70명이고, 이중 50명만 익산시민이다”며 “익산시민들에게 주는 고통에 비해 공헌은 아주 낮다”고 주장했다.

#익산시 로드맵•보배의 기업윤리가 해법

보배는 2013년 5월 법정관리가 종료되면서 11월 1일 ‘하이트진로’에 합병됐다. 보배 이전 문제는 하이트진로로 넘어간 셈.

수십 년 끌어온 보배 이전, 해법은 없어 보이지 않는다. 익산시에 따르면, 현 보배 자리는 ‘도시재생법 사업단지’다. 익산시에서 도시발전 로드맵을 마련,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보배 이전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예산. 보배는 자리를 옮겨 새 시설을 갖추는 데 1천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돈보다 앞서는 것은 주민의 행복추구권. 익산시민들은 “보배가 기업 윤리를 발휘할 때다. 이윤보다 사람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며 보배의 용단을 촉구하고 있다./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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