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민철 전북연극협회장

익산의 상징인물은 재론의 여지없이 서동이다. 지역이 배출한 인물 중 인지도가 가장 높고 1400여년이 흐른 오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숭앙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흔적도 익산 땅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무왕릉, 미륵사지, 생가터, 왕궁터, 오금산 등에 이르는 익산 고적이 다 그와 관련된 산물들이고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익산은 그것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고민하는 중이다. 서동 관련 드라마까지 만들어졌고 부여와의 혼동이 여전하나 많은 사람들이 익산과 서동의 연관관계를 알고 있고 활용여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1969년 마한민속제전부터 시작되어 2004년 서동축제로 이름을 바꿔 거의 매년 치러지며 전국에 이를 알려왔던 전령사인 서동축제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앙체육공원에서 시민 대동제 성격을 띠며 매년 다른 주제로 서동을 품어왔던 이 축제가 그의 본거지에 가까운 서동공원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물, 사랑 축제의 성격을 띠었던 모습에서 본격적인 역사, 문화축제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헌데 이삿짐이 너무 허랑하고 단출한 규모다. 적어도 6,7억 원을 예산으로 진행되어왔던 행사가 상기한 의미 있는 시도를 무색하게 하는 익산대표축제의 명성에 맞지 않은 차림새인 것이다. 의미 있는 시도는 투자를 동반해야함에도 오히려 하드웨어를 갖추고 퍼레이드 등 몇 가지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비용에도 못 미치는 2억 원을 받아든 것이다. 일정과 규모를 줄이면서도 모양새를 갖추어야하는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많은 예산확보만이 축제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전국적인 축제로 도약을 벼려왔던 시기에 어울리는 예산 규모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축제는 피 같은 시민들의 세금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선심성 행사라는 인식이 다분한데, 사실 축제야말로 일상에 찌들었던 시민들의 정서를 풀어내고 펼쳐낼 해소처이고 문화적 역량의 배출처이기도 하다.
烏飛梨落인지 모르겠으나 이번 축제가 하필 지방선거와 맞물려 행정 수장의 공백기에 이루어지며 예산 확보가 소홀해지진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축제는 온전히 시민들의 것이고 그 모양새와 인지도는 자부심으로 직결되는 것이어서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부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익산 대표축제임을 자임해왔던 서동축제가 가을에 열리는 국화축제의 성공에 밀리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국화축제는 화훼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공급처를 제공하고 이익을 돌려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수많은 국화축제 중 성공한 예일 뿐이다. 따라서 익산의 대표축제는 지역의 정서를 오롯이 담아내고 자랑할 가치가 있는 인물을 기리고 유무형의 문화적 자산을 시민들의 자긍심으로까지 이어댈 축제는 서동축제가 더 적합한 것이다.
익산은 마한백제부터 백제 말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품고 있는 보고이다. 아직 수줍은 모습으로 더디 더디 마음을 여는 새색시처럼 여러 분야에서 미진하고 더딘 걸음이지만 그 미래는 밝기만 하다. 축적되어있는 문화유산과 성숙해진 시민의식은 단발에 그치거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보다는 지속적이고 제대로 된 투자를 원하고 있다. 고도 르네상스를 위한 로드맵은 이미 마련이 되었으니 이제 그것을 견인해 나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다듬어 나갈 시점이 되었다. 그 몫을 감당해야할 존재가 바로 시민들이고 그 이상을 펼쳐낼 공간이 서동축제인 것이다. 비록 올 한해는 절룩였으나 다시 힘차게 큰 걸음 내디딜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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