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대붕암교회 설립 초기 고패집(ㄱ자) 문화유산 가치
익산‧군산‧강경 3.1운동 발상 거점지…한국민족사에 ‘큰 획’
제석교회 교인 ‘엄칠중·이형우’ 독립운동 호남 도화선 역할

익산시 웅포면 대붕암리 제석교회(담임목사 정경호)가 한국기독교사적 19호로 지정 받는 경사를 맞았다.

108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제석교회는 25일 오전 11시 축하 행사를 벌인다.

정경호 목사와 140여명의 교인들이 주관해 열리는 이날 행사엔 기독교 관계자, 이춘석 국회의원, 이한수 시장, 시의원 등 익산시 주요 인사들이 축하차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기독교사적 19호 지정 일등공신인 정경호 목사는 “2년여 걸쳐 자료를 수집해 사적 지정을 받았다. 제석교회 역사를 발굴하면서 한국 교회사에 영원히 기록해 두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말로만 들었던 고패집 교회가 실제 제석교회 초기 모습이라는데 놀랐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또 “익산 3.1운동하면 4.4만세 운동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제석교회 교인 가운데 3.1운동에 참가했던 성도들의 재판 기록을 살피다가 3월 10일부터 만세운동이 전개된 것을 알았다”면서 “이는 익산의 3.1운동사를 다시 쓰는 역사적 대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운동 기념지로 역사적 재조명을 받고 있는 제석교회의 108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편집자 주>

▲ 1906년 14칸 곱패집교회

# 1906년 고패집 교회 설립

▲ 하위렴 선교사 (초대당회장)

제석교회는 1906년 설립됐다. 정확히 말하면 1906년 12월 25일 엄주환 씨 사랑채에서 역사적 교회창립예배를 드렸다.

웅포면 대붕암리에 살던 엄주환‧강진회‧홍종익‧송원규‧강두희‧강문회 씨가 군산선교부 하위렴 선교사에게 교회 설립 허락을 받은 것.

그러다 1908년 4월 8일 이들과 함께 믿음의 형제가 된 홍종필 씨가 군산으로 이사를 가면서 14칸짜리 고패집(ㄱ자)을 희사했다. 교인들은 이곳에 십자가를 설치해 드디어 고패집 교회를 갖게 됐다.

교회로서 형태를 갖춘 제석교회는 1908년 하위렴 선교사가 당회장으로 파송됐다. 하위렴 당회장은 1929년까지 20여 년간 제석교회와 함께했다.
하위렴 선교사는 열악한 지역민을 깨우치고자 1909년 4월 30일 사립부용학교를 지금의 교회자리에 설립했다. 약 100여명의 학생을 둔 사립부용학교는 제석교회 성도들이 3.1운동에 적극 가담했다는 이유로 강제폐교를 당했다. 현 웅북초등학교가 사립부용학교다.

# 3.1운동 발상 거점지 자랑스러운 역사

3.1운동은 한국민족사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하면서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이런 3.1운동 역사를 제석교회가 가지고 있다.

정경호 목사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계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회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못하다 보니까 제석교회가 갖고 있는 3.1운동에 대한 위대한 역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익산‧군산‧강경 지역에서 일어난 3.1운동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익산‧강경은 3월 10일경, 군산은 3월 5일 거사가 이루어졌다.

이들 지역 3.1운동 주역들이 사립부용학교 졸업생과 군산 영명학교에 진학했던 제석교회 성도들이다.

특히 강경 3.1운동을 주도했던 엄창섭(제석교회 설립자 중 1명인 엄주환 씨 3남)‧엄칠중(현 엄은섭 집사 작은할아버지), 군산 학생대표인 강인성(강두희 제석교회 초대장로 큰 아들)의 재판기록을 보면 제석교회가 군산, 강경, 익산 지역 3.1운동에 깊이 관여했음을 알 수 있다.

군산에서 강경연락책으로 갔던 강금옥(강성주), 한길용(당시 영명학교 학생‧제석교회 한기석 원로장로 부친), 강관성 등 3명도 제석교회 교인들이다.

이처럼 제석교회가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주도하게 된 것은 만주에서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을 적극 돕던 엄칠중이 고향 대붕암리로 내려와 교회를 중심으로 사립부용학교와 군산영명학교 후배들과 함께 거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엄칠중은 강금옥을 3.1운동 거사 연락책을 맡게 해 한길용과 함께 강경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던 엄창섭을 도와 강경에서 3.1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3.1운동을 주도한 제석교회 교인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이형우. 재판기록과 익산시독립운동사를 보면 이형우는 1919년 3월 2일 천도교 함열 교구장 최재봉으로부터 독립선언서를 받아 용안읍내에 뿌렸다 이어 3월 10일 함라면과 웅포면 책임자였던 민영순과 함께 웅포, 함라, 함열, 용안 등에서 3.1운동을 주도했다. 이형우는 4월 23일 체포돼 8개월간 영어의 몸이 됐다.

▲ 1946년 목조건물예배당 건축

# 3.1운동 거점지 제석교회 탄압과 보복
3.1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제석교회 출신자들로 인해 강경까지 그 영향을 미치자 일제는 병력을 보내 교회를 폐쇄조치했다. 또 종탑을 부셔버렸고, 성경을 불태웠다.

이것도 모자라 사립부용학교를 폐교 시켜버렸다. 이들 학생은 나중에 일본소학교로 강제 수용당하기도 했다. 사립부용학교는 지금의 웅북초등학교의 전신이다.

이어 일제는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하지만 제석교회는 끝까지 반대하며 항일의식, 민족의식을 불살랐다.

이처럼 제석교회는 3.1운동을 통해 민족을 사랑하는 교회로 한국기독교사에 영원히 남게 됐다.

/웅포면=엄은섭 시민기자

▲ 교회초기당회록 원본1

▲ 교회초기당회록 원본2

#미니 인터뷰 - 정경호 제석교회 담임목사
“한국교회사를 빛낼 문화유산”

“제석교회는 초창기 ㄱ자 교회의 전신인 고패집 교회가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그 근거를 갖는 큰 의의를 담고 있다.”

정경호 목사는 “제석교회는 도 3.1운동 발상 거점지로 군산과 강경, 익산 독립만세를 이끌게 한 공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한국기독교사적 19호로 지정됨에 따라 이제 제석교회는 3.1운동에 따른 역사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며 “익산시 기독교 선교역사정신을 계승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제석교회는 충분한 역사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고, 기독교 문화유산으로서 그 역사를 충분히 담보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엄은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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