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혁중 서강교회 담임목사/익산시지역사회복지실무협의체 위원장

만일 모든 사람이 다 빨간색을 좋아한다면 아파트 벽면도, 놀이터도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지도 모르겠다. 만일 모든 사람이 다 검정색을 좋아한다면 어떻게 될까? 온 세상이 칠흑처럼 어두워질 수 있다. 그러니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이 다르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은 어떠한가? 이 지구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쌍둥이도 자세히 보고 자주 보면 완전히 다르다. 비단, 좋아하는 색 뿐 아니라 우리는 생김새가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배움의 정도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다른 것 투성이다. 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생김새가 똑같고, 생각도 똑같고, 자라온 환경도, 배움의 정도도, 성격도 다 똑같다면…. 먼저는 혼선이 올 것이다. 내 남편이나 네 남편이나 내 딸이나 네 딸이나 다 똑같이 생겼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진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알고 보면 엄청나게 다행인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가면서 자꾸 부딪히는 이유 중 하나가 나와 다르다는 것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쟤는 왜 나랑 생각이 다른 거야.’하며 불평이 나올 때가 있다.
‘쟤는 왜 그렇게 일을 못하는 거야.’하고 동료를 탓할 때가 있다.
‘쟤는 왜 그렇게 못생겼냐.’며 판단할 때가 있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것이다. 살다보면 자존심이나 짧은 지식을 내세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심지어 상종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어 세상이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자꾸만 진화하고 변화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을 못하는 사람도 있어서 조금 앞서는 내가 위대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못생긴 사람도 있어서 이도 저도 아닌 참 어쭙잖은 외모 임에도 당당할 수 있는 것이었음을 안다면 나와 다르다는 것은 모두 불평이나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고마움의 대상이다.
‘이해력(理解力)’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정력(認定力)’이다. 이해력은 한계가 있다. 이해력에 기대지 말고 그저 상대를 인정해주고 사랑과 용서로 그를 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극도로 황폐화되고 있다. 인간 승리와 감동도 간간이 전해지지만, 하루하루가 놀람과 탄식의 연속이다. 우리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 있다고 생각지 않는가. 크고 센 것만을 추종하는 우리 자신이 문제의 근원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강하고 큰 것을 선택할 때 발생할 약자들의 피해에는 관심이 없는, 나만 아니면 되는, 왜곡된 주류(主流)만을 추종하기 때문은 아닌가.
문제 해결의 열쇠는 내가 아닌 남이 먼저이고 같음이 아닌 다름을 더 인정하는 사회를 만드는 길뿐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작은 것, 약한 것, 소외된 것, 크고 강한 것들이 상호 조화롭게 공존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게 되고 작고 약한 것을 마음으로 감싸는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날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소통과 공감으로 이어지고 세상 살아가는 것이 참 편안해진다.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와 다름을 폭넓게 인정하고, 그 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과 주장을 하는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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