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울리는 특허출원 '농자재업체'

불량품 납품 작물 고사 농심마저 태워
인천 A기업 특허제품 ‘점적호스’ 막혀 농민 피해 울상
삼기면 7~8농가 올 농사 망쳐…교환 요구도 묵묵부답

삼기면에서 하우스 딸기 농사를 짓는 김모 씨(38)는 요즘 형제처럼 지내던 이웃들을 볼 면목이 없다. 3~4년간 별 탈 없이 사용해왔던 ‘잠적호스(관수시설)’을 7~8개 농가에게 소개해줘 큰 낭패를 봤다.

자신이 이웃 농가에 강력 추천한 ‘잠적호스’가 불량품이 납품되는 바람에 작물이 말라 죽고 있기 때문.

1천m 가량 되는 호스 중간 곳곳이 막혀 물과 영양제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작물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호스 5cm 간격으로 난 일부 구멍에서 물이 나오지 않자 농민들은 평소 5분간씩 공급하던 물을 30분가량 더 공급해야만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물이 더 공급된 작물은 뿌리가 썩고, 물을 덜 먹은 작물은 고사하는 이중 피해를 봤다.

농가가 납품받은 ‘잠적호스’는 자그마치 42롤. 1롤(1천m)당 7만 3천 원씩 계산하면 306만6천 원이다.

농민들은 고사해버린 작물 손해배상은 차치하고, 제품이라도 교환받기 위해 회사 측(논산 대리점)에 피해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전화를 받고 현장에 달려온 회사 측(본사 인천 A기업) 대응에 농민들은 또 한 번 분통을 터뜨렸다.

구멍이 막힌 부분을 잘라 간 회사 측은 교환을 차일피일 미루다 10롤만 보상해주겠다고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 황당한 농민들은 42롤 전체 교환을 거듭 요구했다.

추석 명절 후 회사 측은 15롤만 보상해주겠다고 최종 협상을 내놨다. 그러다 15일 회사 측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호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물질이 끼어 막혔다. 손으로 문지르니까 물이 나온다”며 연락을 끊은 채 묵묵부답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물이 고사된 사실은 확인 결과 없다. 농민이 사용상 부주의로 인해 물 공급이 안된 것 뿐"이라며 "사용자들의 잘못임으로 42롤 전체 교환은 어불성설이고, 15롤을 보상해주기로 회사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특허제품이라 믿고 구입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제품은 그렇다 치고 농민들에게 농자재를 납품하는 업체가 농민을 무시하는 것 같아 울화통이 터진다”며 “불량 농자재 때문에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소비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조영곤 기자


딸기묘에게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잠적호스가 불량해 한쪽은 물이 흥건하고 맞은 편은 물이 공급되지 않아 작물이 말라죽고 있다.

조영곤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