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예술원 소리뫼 대표

책거리와 같은 의미의 판소리 완창을 초등학생 막내아이가 4시간 동안 무사히 마쳤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공부를 하였으니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의 공을 들인 셈이다.
처음에 막내가 판소리를 할 때 완창을 생각지도 안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가다보니 완창이라는 문턱을 모른 체 지나 칠 수 없었다. 기회가 쉽사리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창 놀고 싶을 나이에 예술이든 스포츠든 열중하기에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실 연습을 할 때마다 어린 몸이라서 그런지 어지럽다거나 토할 것 같다거나 걱정되는 상황들을 보고 무사히 할지 걱정이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행사를 하기 전에 전주에서 고등학생이 같은 흥보가 완창을 한다기에 경험공부라 생각하고 관람을 갔는데, 상당히 줄여 2시간 30분하는데도 코피를 흘리며 하기에 내심 걱정스러움과 저렇게 힘든 것을 뭣하러하고, 또 시키는 것일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유라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날자가 다가오니 긴장과 스트레스가 상당하였을 것이다. 오죽하면 자기가 왜 판소리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 했을까.
유라의 완창 날은 공교롭게도 익산시내만 해도 10여 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있었으니 문화예술에 관련이나 관심 있는 분들은 너무나 바쁜 날이었다. 오히려 바쁜 탓에 점만 찍고 간 사람들이 많을 정도였다.
4시간이란 일반인에게는 긴 시간이다. 판소리는 소리꾼 한 사람의 것만은 아니다. 사설이 전개됨에 따라 소리꾼의 동작과 목소리는 무쌍히 변해 나가고, 여러 등장인물은 제각기 제 감정을 표현하면서 무대 위에 나타났다가 사라져간다. 그 인물들은 때로 고수를 향하여 대화하고, 때로는 관객을 이끌면서 같이 웃고 같이 울게 한다. 대목에 따라 불리는 북장단은 배경음악이 되어 한과 흥의 감정을 한껏 돋우곤 한다. 한 소리꾼에 의하여 여러 관객과 더불어 그 장대한 사설을 흐르러짐 없이 엮어나가는 것이 판소리다.
장편소설 한 권에 해당하는 분량의 사설을 외고 완창 할 수 있기까지의 소리꾼의 노력과 4 시간 동안 관객을 사로잡으며 열창한다.
유라가 이제 초등학생이니 명창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제 유라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얼마만큼 시간과 경제와 기예가 필요할지 모른다. 모두가 싸움이다.
행사를 마치고 지인이 나에게 ‘유라가 안쓰러워서 혼났다’며 ‘왜 그 힘든 것을 시키느냐’고 한다. 나도 북을 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하는 모습에 맘이 좋지 않았다. 나도 왜 시키는지 모르겠다. 단지 끼가 있고 의지가 있어 그럴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소질을 개발해주는 역할이다. 성장하려면 긴 날이 있기에 유라의 앞날이 어찌될지 두고 볼일이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