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무용단 사포 대표

가을하늘이 높고 맑아서 마음까지 설레던 날, 2014 가람문학제가 열린 가람 이병기 시인의 생가에 다녀왔다. 익산시 여산면에 위치하고 있는 생가에서 그분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한 학술대회 및 문학제가 개최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문학집을 읽어 내리며 조용히 느끼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필자가 새삼스럽게 그의 시조에 관심을 갖고 문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였던 것은 10월 25일 현대무용단 사포의 정기공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의 주제를 정하게 되었던 것은 작년 가람 문학제에 참석하고 나서다. 우리 민족을 사랑한 진정한 선비라고 일컫는 가람 시인의 시조는 편안하면서 아련함을 동시에 주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 후 시를 통해 무용화된 작품을 계획하게 됐고, 올해 현대무용단 사포의 29회 정기공연의 주제로 선정해 필자가 안무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노래로도 익숙한 ‘별’이라는 시를 통해 별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내일을 꿈꾸는지 표현하고 싶어졌다.
하늘을 바라보면 언제나 별이라는 존재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애잔하고 간절함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두운 밤에만 보이는 그 물체를 바라보면서 저마다 어떤 생각들을 할까? 홀로서서 별을 바라보며 ‘나’ 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 것은 아닌지.
작품을 안무하면서 인간의 삶 속에 비춰지는 옛 추억의 그리움, 두근거리는 설렘, 쓰리고 아픈 고뇌, 스치듯 지나간 사랑의 흔적….
인간의 삶 속에 투영된 별의 모습을 이 작품 속에서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인간과 자연은 공존하면서 나를 알게 되고 자연을 통해서 또 다른 모습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별’을 바라보듯 이 작품을 보면서 잊었던 혹은 미처 찾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사물을 새롭게 투시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사물과 사물의 묘사는 곧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감정 표현되었고 신체의 움직임으로 무용화됐다.
인간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을 안무자의 의도대로 표현하기 위해 쉼 없이 움직였고 고민했다.
창작의 스트레스를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이번 작품의 안무는 필자의 안무세계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을 것이며 그 이유는 아마도 가람 시인의 뜻을 같이 기리기 때문이 아닌가싶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