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온몸이 포근 구수함 가득
엄기동·신정자 부부 집 밥 같은 건강식단 15년 이어와
청국장 직접 띄우며 정성 듬뿍 가격도 1천 원 싸 인기

시골엄마가 끓여주시던 맛 그대로다. 중앙동 원광새마을금고 본점 뒤 ‘부부청국장(☎853-2558).’ 엄기동(60)·신정자(55) 부부가 15년 동안 구수한 맛을 선사하고 있는 건강식당.

메뉴는 단 두 가지다. 대표음식인 청국장(6천 원)과 김치찌개(2인기준 1만2천 원).

맛도 맛이지만 가격이 다른 곳보다 1천 원가량 싸 점심때면 30평 식당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 찬다. 밖에 줄 서서 기다리는 일은 흔한 풍경이다.

부부는 “경기가 어려운데 찾아주는 손님들이 감사하고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저렴하게 받고 있다”고 환하게 미소 짓는다.

연한 갈색 빛을 띠는 청국장이 작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으며 나오자 코와 눈이 저절로 청국장으로 향한다.

냄새부터 구수한 맛이 풍긴다. 다른 집보다는 독하지 않고 순하다. 사실 콩을 발효해 만드는 청국장은 냄새가 강해 비위가 약한 사람은 꺼리는 음식이지만, 이집은 영업직 회사원들도 즐겨 찾고 있을 정도로 냄새가 순해 인기가 높다. 손님 대부분 청국장 냄새에 익숙한 어르신들보다 젊은이들이 더 많다.

청국장을 접시에 덜어 한술 뜨니 온몸에 훈기가 돈다. 냄새가 순한 반면 맛은 진하다. 그렇다고 많이 뻑뻑하지도 묽지도 않고 부드럽다.

소박하게 차려진 각종 나물 반찬은 그야말로 집 반찬이다. 하나하나 저절로 손이 간다. 늘 먹던, 엄마가 차려준 반찬처럼 짜지도, 싱겁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고 입에 딱 맞는다.

청국장 한 술, 밥 한 술, 반찬 한 젓가락을 먹다 보니 금세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옆 테이블을 보니 하나하나 손가기도 귀찮은지 대접에 밥과 청국장, 나물을 넣고 비벼 한입 가득 먹는 손님도 보인다.

부부청국장의 맛은 준비하는 정성에서부터 소복이 담겨 있다. 지역 농가가 한해 농사지은 콩을 사와 청국장을 직접 만든다.

또 오이, 양파 등 채소와 콩나물, 두부 등 재료도 그날그날 시장에서 사와 음식을 만든다.

손님들은 “청국장을 더 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더 주시는 사장님 부부의 인심이 좋고, 맛도 그만”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식사를 마치고 문을 나서기 전 문에 달린 탈취제가 눈에 들어온다. 청국장 냄새가 순하더라도 옷에 밴 냄새를 말끔히 제거하라며 달아놓은 부부의 센스가 돋보인다.

부부는 “20년 넘게 욕심 부리지 않고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람으로 살아왔다”며 “앞으로도 이 마음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활짝 웃었다.

/중앙동= 김창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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