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자금 마련 높은 벽 칼바람보다 더 고통 발만 동동
집부터 구해야 전세보증금 지원·전세 값도 껑충 ‘3중고’

쩍쩍 갈라진 창틀 사이로 칼바람이 집안으로 스며드는 모현우남아파트.

그나마 주택자금을 마련한 38세대는 익산시로부터 이주비(120만 원 한도)를 받아 이사했지만, 남아 있는 세대들은 돈 융통할 데가 마땅치 않아 이사도 못하고 악몽 같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쩍쩍 갈라진 아파트 벽 사이로 스며드는 칼바람은 고통 그 자체다. 보일러를 틀어도 집안에 냉기가 가득 차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연신 입김도 새어나온다.

당장이라도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주택자금을 마련키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남아 있는 세대에게 칼바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바로 ‘주택자금 마련’이다.

김갑섭 모현우남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장은 “주민들 의견이 보수·보강과 재건축으로 양분됐다가 이제 겨우 재건축으로 방향을 잡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이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위원장은 “익산시에서 마련한 재난관리기금(3천만 원 이하 연 2~3% 이자 전세보증금) 지원을 받으려면 우선 이사할 집부터 구해야 한다. 모현우남아파트는 담보설정이 안 돼 집을 얻은 후 전세권 설정을 해야 지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돈 구할 데 없어 집도 못 구하는 세대들에게 재난관리기금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피명령 발동 후 모현우남아파트 재산 가치가 하락한 반면 주변 아파트 전세 값이 6천~7천만 원으로 껑충 뛰는 바람에 집구하기가 더 어려워져 남은 세대들은 추위, 불안과 더불어 3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익산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재난관리기금을 최대로 지원하고 있다. 다만 집의 평수 등에 따라 지원하기 때문에 우선 지원은 절차 상 어렵다”고 설명해 남아 있는 세대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우창수 기자

아파트 옥상이 갈라지다 못해 부스러져 눈비가 오는 날이면 집안 내부로 물기가 스며든다.

집안 구석구석 갈라진 틈 사이로 물이며 칼바람이 스며들어 집안은 냉골이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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