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식 우리밀버섯칼국수 일품… 마무리 비빔밥 최고 
운치 있는 ‘무료카페’ 옛 물건 가득 ‘군고구마’ 입가심

우선 구조부터 예사롭지 않다. 처음엔 황점례 할머니(76)가 집 옆에 ‘길목가든’이라는 보신탕집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14년 전 아들 최택규 씨(44)가 아예 집을 개조해 식당을 넓히고 ‘싱그랭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싱그럽다’와 ‘아지랑이’를 합쳐서 지었다는 데, 봄나루 춘포(春浦)의 풍경을 닮았다.

식당으로 만든 집은 1970년대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문고리가 달려 있고, 방안엔 오래된 재봉틀이며 장롱 등이 놓여 있다. 집에서 갖고 있던 옛 물건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 운치가 있다.

메뉴는 단출하다. 만두, 술 등을 빼면 8천 원 하는 ‘우리밀버섯칼국수’가 유일하다. 우리밀을 직접 반죽해 뺀 칼국수와 콩나물, 버섯, 미나리 등 채소를 곁들인 웰빙 음식이다.

최택규 대표가 권하는 식사 순서는 이렇다. 먼저 콩나물, 버섯, 미나리 등 채소를 국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채소를 먹고 나면 칼국수를 넣고 푹 끓인 후 접시에 덜어 먹는다. 쫄깃한 면발과 국물이 일품이다. 칼국수를 먹고 난 후엔 국물을 조금 남기고 양념과 공기밥을 넣고 잘 볶아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음식 값을 지불하고 좁은 통로를 따라 가면 마치 분위기 좋은 산골 카페 같은 공간이 나온다.

최 대표가 집 뒤뜰 30평에 직접 기둥을 세우고 천막으로 지붕을 덮어 만든 쉼터. 커피숍처럼 여러 개의 탁자와 의자를 가지런히 배치했다.

흙으로 만든 벽난로에선 활활 타는 장작이 온기를 전한다. 드럼통을 개조한 화덕에선 노랗게 익어가는 고구마가 구수한 냄새를 내뿜고 있다.

스피커에서는 7080 옛 노래가 흘러나와 귓가에 맴돈다. 사방엔 옛날에 쓰던 전화기, 카메라, 풍금, 시계, 타자기, 전축, 지게, 탈곡기 등이 전시돼 있다. 집에 보관하고 있던 물건을 전시했는데, 손님들도 기증하면서 가짓수가 많아졌다. 일종의 추억박물관인 셈.

가운데엔 연탄난로가 놓여 있고, 그 옆에 커피포트와 아이스크림 상자가 놓여 있다. 커피와 아이스크림 모두 공짜다.

최 대표는 이곳에선 인심 좋은 카페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화덕에서 고구마를 직접 구워 손님들에게 선물한다. 여름엔 가마솥에다 감자를 쪄주기도 한다.

최 대표는 “손님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 꾸미게 됐는데, 칼국수보다는 분위기로 더 유명해졌다”며 “가족, 연인, 중장년 층 등이 주로 찾고 있다. 특히 멀리 서울에서도 찾는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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