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YMCA 송헌승 사무총장

얼마 전 신문기사에 실린 한 전직 고관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분은 ‘내가 정년이 되어 관직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 때 특정기업과 기관에서 고문직을 맡아달라고 하는 요청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공인은 퇴임 후에도 공인이기 때문에 그 기업이나 기관의 임원이 되면 공정성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시민운동과 시민운동가의 힘의 원천은 권력구조로부터 오는 정치나 재력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 양자를 뛰어 넘는 시민사회가 부여한 공신력에서 온다.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공신력은 어느 특정직책에서의 임기에서 끝내는데서 종결돼는 것이 아니라 이는 오래도록 그의 생이 마감할 때 까지 남는다.
그리고 이 공신력은 개인적인 명예나 인격에서 만 그치지 않는다. 이는 귀중한 사회의 공유재산이다. 이와 같은 공유자산은 보호되고 지켜짐이 정도(正道)이다. 이제 임기가 끝났으니 전직하고는 관계없이 자유롭게 지금까지 얻었던 공신력을 활용해 다음처세에 권력이나 이권을 챙기는 것은 마치 벼락부자나, 철새 정치인이나 졸부로 처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현재 지도자들 역시 시민이 부여한 공신력을 남용하거나 소홀이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사회 지도력은 어쩌면 종신적 역할이 돼야 한다. 이는 마치 자기 생애를 하나님께 드리기로 결단한 성직자나 종신을 불도에 전념하기 위해 출가한 불자가 끝까지 그 사명을 지키는 것과 같다고 믿는다.
기독교시민 사회단체인 YMCA의 사회적 기능에는 변하지 않은 커다란 원칙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기능을 다하되 스스로 권력 집단과 동일화 돼서는 안 된다는 금욕적인 대원칙이다.
YMCA는 해방 전 개화기와 식민주의 시대와 해방 후 군사정부시대를 살아오면서 궤도를 잃지 않고 정도를 지키며 그 사명과 역할을 해 왔다. 이 원칙이 지켜질 때 시민단체로서의 기능과 역할은 더욱 가치가 있고 시민들에게 존경과 신임을 받는다.
이처럼 단순해 보이면서도 쉽지 않은 원칙을 지킨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시국의 흐름과 변화나, 어려운 상황에 따라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민감해지면 실수하게 되고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고 만다.
오늘 우리 현실이 암울하기만 하다. 원칙과 공정성이 시민들로부터 공신력을 잃고 공허와 허탈감속에서 불신이 팽배한 사회풍토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민정치는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고 사회 지도력들은 구조악에 물들고 있으며 앞으로 또 다른 이런 저런 모습으로 유혹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주저앉을 순 없다.
이 유혹은 권력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주어진 원칙을 어떻게 지켜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 한계가 분명하지는 않겠지만 사회 지도력이 시민을 대신하는 에드보카시로 일반시민 개개인이 갖지 못하는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 권력쟁취와 선을 긋고 권력구조의 일부가 되는 일을 과감히 거부하며 신뢰와 정직과 공신력을 회복 할 때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며 우리 사회 속에서 그 존재의 이유가 빛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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