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치솟은 논바닥 '세상에 이런 일이'

흙 쌓자 가라앉고, 옆 논은 솟고
오산면 철도부지 침하·논 길이 589m 성인 가슴높이로 솟아
철도공단 ‘성토공사’ 고수… 주민 “옛 방죽자리 교량 설치해야”


오산면 한 주민이 성인 가슴높이만큼 하늘로 솟은 보리밭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오산마을 인근 철도부지에 5~6m 높이 가량 흙을 쌓는 성토작업을 하자 발생한 일이다.

지난 2일 오후 5시 오산면 오산마을 인근 철도공사현장. 최종오 시의원과 박영수, 김상범 씨 등 오산면 주민과 찾은 이곳은 ‘경악’ 그 자체였다.

마치 지진이 난 마냥 보리를 심은 논바닥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거나 쩍쩍 갈라져 있었고, 흙을 쌓아올린 철도부지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처참한 광경이 무려 589m 길이에 펼쳐지고 있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해 2012년 12월 착공한 ‘익산-대야 간 복선전철 건설사업 공사’ 구간 중 오산면 오산마을 인근 철도부지 성토현장의 모습.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이곳은 2014년 11월 17일 철도부지에 쌓아 올린 흙이 가라앉았다. 계획높이 8m에서 한참 모자라는 5.6~6.6m 흙을 쌓아 올린 상태였다.

철도부지에 성토한 흙이 땅 아래로 침하되고, 옆으로 밀리면서 보리를 심은 논 가장자리 30m가량은 지진 난 것 마냥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갈라지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높이가 무려 1m 이상, 성인 가슴 높이였다. 첫날엔 길이 100m가량이 솟아오르더니 도미노처럼 성토한 철도부지를 따라 전체 589m 길이가 처참한 몰골을 하게 됐다.

주민들은 “예견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 박영수 씨는 “이곳은 예부터 ‘방죽’이 있던 곳으로 지질이 ‘개펄’이다. 성토는 위험하니 교량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결국 주민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감행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안전상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한국지반공학회를 통해 지질조사를 펼친 철도공단은 “설계시 지질조사에서 해당 지반 강도를 높게 설정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하며 새로운 공법을 제시했다.

철도부지 아래에 말뚝을 박는 ‘GCP공법’인데 현재 문제가 생긴 성토공사는 그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주민들은 “성토가 위험하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달라진 게 없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예산타령만 하지 말고 주민과 철도이용객 안전을 위해 교량을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최종오·김수연 시의원은 지난 2일 철도공단 관계자들에게 “흙을 걷어내고 말뚝을 박은 후 다시 성토하는 예산이나 교량을 설치하는 예산이 별 차이가 없다면 주민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 당부했다.

/우창수 기자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솟은 보리밭에서 최종오 시의원(왼쪽)과 오산면 주민들이 철도공사 성토작업때문에 멀쩡한 논들이 지진 난 듯 문제가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철도부지에 흙을 쌓은 곳곳이 가라앉고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