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이전 한달 전북대익산캠퍼스 썰렁

학생 발길 뜸해 상인들 기대감에서 실망감으로 한숨
자취방마저 외면 학생 끌 만한 곳 없어 슬럼화 심각

6개월 전 전북대 익산캠퍼스 후문 인근에 분식집을 연 김모 씨(55)는 하늘만 바라보며 멍하니 한숨만 짓고 있었다.

“수의과대학이 이전하면 괜찮을 것 같아 가게를 인수했는데, 주민들 몇 분 말고는 학생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이네요.”

김 씨는 “학생 보고 장사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판”이라며 “석 달 후에는 또 방학인데 그땐 어떻게 버텨야 할 지 고민”이라고 넋두리했다.

학교 후문에서 제법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적이 뜸해 김 씨는 가게 문을 계속 열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수의과대학 이전 개학 한 달여. 전북대 익산캠퍼스가 수의대를 완전 이전해 올 3월 문을 열었지만, 아직 시민이 기대하는 경제효과에는 못 미치고 있다.

무려 8년간이나 기다려왔던 수의대 이전이지만, 학교 후문 상인들의 실망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썰렁한 후문 거리는 불야성을 이루는 원광대 대학로와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2007년 익산대학 당시 총 정원 1천800명이던 이 학교는 전북대로 통합되면서 학생 수가 절반가량 줄었다. 환경생명자원과학대학 664명에 이번에 이전한 수의대 308명을 합쳐 총 972명.

기숙사 2곳에 400명가량이 익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정문 쪽에 위치하고 있어 후문 대학가를 거니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몇몇 학생들이 프린트 하러 찾는 복사집을 제외하곤 발길이 뜸하다. 후문에서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학생관에 편의점이 있어 후문 앞 편의점을 찾는 학생도 거의 없다.

상인들은 “학생들이 상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익산시나 대학에서 홍보 좀 해주면 좋겠다”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용할 만 한 곳이 별로 없다”며 뽀로통한 표정이다.

박모 군(수의대3)은 “사실 후문의 상점을 보면 학생들을 끌 만한 곳이 없다. 누구나 즐겨 찾는 그 흔한 호프집 하나 없다”며 “전주나 군산에 사는 친구들도 수업이 끝나면 스쿨버스를 타고 곧장 집으로 가거나 다른 곳에서 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군은 또 “학교 주변에 원룸 등 자취방이 있어도 워낙 슬럼화 돼 원광대 주변에 방 잡은 친구들이 여럿 있다”며 “학생들을 끌려면 우선 대학가부터 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성원 속에 새롭게 문을 연 전북대 익산캠퍼스. 슬럼화 된 대학가를 살리고, 익산경제를 한 층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학생과 상인이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게 시급해 보인다.

/우창수 기자


후문과 불과 100m가량 위치한 학생관 편의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