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YMCA 사무총장

숙성하기 위해서는 발효의 과정이 필요하다.
비단 음식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속에서도 요구되어지는 과정이다.
어떤 문제나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게 될 때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생각 해 보고 정리 해보지 않은 채 곧바로 말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바람에 얼마나 큰 실수를 하며 그르치는 일이 많은가!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를 버럭 지르고 난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확신에 사로잡히거나 감정에 북받쳐서 쓴 메일을 보내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성급하게 쏟아낸 표현들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언제 부턴가 글을 쓸 때면 조심스럽다. 일단 초안을 쓴 후 하루나 이틀 묵혀 둔 후 다시 꺼내 정리해서 보낸다. 그냥 보냈으면 참 실수 했겠다 싶은 곳이 여러 개 된다.
오늘 우리 사회가 여과나 숙성 없이 바로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말 때문에 정치가 국민들에게 소외당하고, 지도자들을 불신하며, 이웃과 이웃들이 반목하는 갈등과 분쟁으로 가득하다. 가진 자의 우쭐거림과 없는 자가 무시당하는 자괴감의 양극화가 거침없는 말로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다.
기다림, 기다리는 시간자체에 자정하는 힘과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을 가지고 시름하기보다는 잠시 여유를 갖고 쉬거나 기다리다 보면 어느순간 실마리가 잡히거나 쉽게 정리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풀리는 때가 있다.
인간관계에서 생긴 갈등이나 오해도 억지로라도 빨리 풀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시간을 두고 이해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다보면 해결에 대한 지혜와 화해의 방법을 구할 수 있다. 기다리는 사간은 무르익어가는 발효의 과정이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방관이나 무관심이 될 수 있지만 사건과 상황과 문제를 놓고 묵상하는 기다림은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열린 시각을 갖게 되며 마음과 깊이와 넓이를 확보하는 여백이기도 하다. 섣부른 단정이나 선입견을 내려놓고 그보다 더 아름답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진실과 진심을 기다리는 겸허함이 기다림이다.
푸르러가는 오월을 맞이하며 기다림을 통해서 이웃과의 만남이 깊어지고, 우리사회의 불신과 갈등과 반목하는 분쟁의 관계들이 치유되고 회복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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