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바쁜 젊은이 위해 할머니들 손맛 뽐내 김치사업도 대박

성씨가 달라도 한 가족처럼 지내며 매일 점심·저녁도 함께 먹는 정겨운 산골 사람들이다.

19가구 5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성동마을은 하루에 버스가 6번 밖에 서지 않는 오지마을. 버스종점이기도 하다.

웅포면 소재지에서 성당포구 쪽으로 가다 폐교된 웅북초등학교 앞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매곡, 지종마을을 지나야 나오는 도로 끝 마을.

노랗게 알곡이 익어가는 들녘과 야트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성동마을은 경치 좋고 공기도 맑다.

김경배 어르신(73)은 “산들이 마을을 성처럼 둘러싸고 있어 성동(城洞)이라 불렀다”며 마을 유래를 설명했다. 특히 “옛날부터 성씨가 달라도 친형제, 오누이처럼 지낸다”고 자랑했다.

인정 넘치는 이 마을 사람들은 날마다 성동노인정에서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는다. 한가위처럼 대가족이 모이니 식사시간엔 항상 웃음꽃이 핀다.

매일 먹거리를 준비하는 이들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 정원조(69)·김순례(82)·강학선녀(83)·서승례(80) 할머니 4명이 주로 손맛을 뽐낸다. 물론 다른 할머니들도 손맛을 보탠다.

반찬 만들 땐 언제나 잔칫집 분위기. 마을 사람 모두 집에서 기른 배추, 무, 갓, 파, 고추, 생강 등을 가져와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게 버무리고, 무쳐 상을 차린다.

할머니들이 소매를 걷어붙인 건 농사로 바쁜 젊은이들을 위해서다. 식사 준비는 물론 마늘이나 양파도 까주고, 마른 고추의 꼭지도 따주며 젊은 농가의 일손을 덜어주고 있다. 또 틈틈이 부침개도 만들어 새참을 내오기도 한다.

할머니 등 부녀회원들은 내친김에 김치사업에 뛰어들었다. 매년 김장을 담가 서울 등 전국에 있는 친인척 등에게 보냈는데, ‘맛있다고 팔라’는 주위의 권유로 용기를 냈다.

지난해 담근 1만 포기 김장김치는 없어서 못 팔만큼 인기였다. “올해 수익이 나면 마을 사람들과 관광을 다녀올 계획”이라며 기대에 차 있다.

빈부격차 없이 서로 돕고 사는 이 마을 사람들은 최고령인 전남복 어르신(90)부터 전병준 이장(54)·전병주(56)·안병문(48) 씨 등 젊은이까지 얼굴이 모두 해맑다.

산세가 좋아 공무원도 많이 배출됐다. 익산시청 전병희 사무관을 비롯해 경찰, 국정원 직원, 교육자 등 전현 공직자가 11명이나 된다.

김경배 어르신은 “마을 앞엔 지게에 얹어 물건을 담는 ‘바작’ 형상의 바작산이 소쿠리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또 이장 집엔 500년 이상 된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울창하고, 마을 주위 산엔 광물자원도 풍부해 폐금광과 폐탄광 굴이 3곳이나 있다”고 자랑했다.

/우창수 기자

마을 앞 들녘과 바작산.

수령 500년 이상된 울창한 느티나무

성인 6명이 팔을 벌려도 다 감싸지 못할 정도로 우람한 느티나무.

수령 500년 이상 된 팽나무. 느티나무와 나란히 마을 중앙에 우뚝 서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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