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등면민의 날 추진위원장, 49개 마을 소개 ‘글과 사진’ 전시
8개리 대표 명물 카메라에 담아 “고향민 자긍심 고취시킬 터”

“오는 10월 3일 황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제11회 황등면민의 날 대축제’에 황등면 어원의 유래와 49개 마을의 역사를 알리는 사진전을 열 계획”이라며 “마을의 사진을 찍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그는 “4년 전 황등면 주민자치위원장을 할 때 한 출향인이 면사무소를 방문해 황등의 유래를 알고 싶다며 물었지만, 누구 한명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면서 “황등에서 나고 자란 나 조차도 내 고장을 알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고 고백했다.

이후 익산향토지를 구해 황등의 유래를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내 고장 뿌리는 알고 살아야 한다”며 “이번 면민의 날에 사진과 함께 마을에 대한 유래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 계획을 ‘황등면 뿌리 찾기’라고 설명한 그는 황등에 대한 기록을 자필로 꼼꼼히 적은 A4용지 4장을 보여줬다. 마을에 대한 기록은 준비돼 있었지만, 문제는 사진이었다.

면소재지와 49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사진에 담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고민한 끝에 8개리로 압축해 대표적 명소를 찍기로 했다.

가장 높은 아파트에 올라 면소재지인 황등리를 찍었다. 그는 “익산향토지를 보면 황등(黃登)의 어원은 ‘한등(漢登)’이다. 넓고 큰 평야 한 복판에 ‘큰 산등성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해 ‘한등이’라 불렀고,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의 ‘황등’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기리로 차를 달렸다. 우리말로 ‘새터’인 이곳은 일제 때 일본인 모리야가 개척한 농장 마을답게 큰 평원을 자랑했다. 노랗게 곡식이 익어가는 황금들녘을 보고 셔터를 눌렀다.

1900년에 세워져 올해로 115년 된 황등서 가장 역사가 깊은 동련리 ‘동련교회’, 신성리 ‘흥성장씨(興城張氏) 의순(義淳)의 효자각’, 수령 수백 년 된 구자리 ‘은행나무’, 이주민 정착촌 ‘죽촌리’,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3만여 평 거대한 수목원을 자랑하는 율촌리 ‘아가페정양원’을 차례로 카메라에 담았다.

숨은 역사와 마주하기도 했다. 용산리 언덕에 남아 있는 성터. 조선 세종 22년인 1440년 함열현을 이 마을로 옮기기 위해 축조한 용산고성이다. ‘요지도서’에 따르면, 이 성은 둘레 3천603척(1.2km), 높이 10척(3m)의 규모였다. 수백 년 세월 동란을 겪으면서 이 성은 무너져 내렸고, 지금은 커다란 돌무더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3시간 넘는 사진촬영을 마친 후 그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진과 글을 큰 액자로 만들어 황등면민의 날 축제장 입구에 전시하고, 행사가 끝난 후엔 조만간 준공되는 황등복지관에 걸어 놓을 것”이라며 “면민 누구나 황등의 유래를 알고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우창수 기자

황등산(오른쪽) 아래 넓게 펼쳐진 황등면. 익산향토지에 따르면, 황등(黃登)의 어원은 ‘한등(漢登)’이다. 넓고 큰 평야 한 복판에 ‘큰 산등성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해 ‘한등이’라 불렀고,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의 ‘황등’이 됐다.

율촌리의 명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가페정양원’이다. 1975년 세워진 이곳은 천주교 신부가 세운 노인복지지설. 하늘 높이 솟은 메타세콰이어 숲 안은 거대한 수목원이다. 면적이 무려 3만여 평. 숲을 거닐며 지친 피로를 풀 수 있는 힐링공간이다.

용산리엔 큰 성터가 남아 있다. 조선 세종 22년인 1440년 함열현을 이 마을로 옮기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요지도서’에 따르면, 용산고성은 둘레 3천603척(1.2km), 높이 10척(3m)의 규모다.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거대한 돌무더기가 곳곳에 보인다.

신성리엔 보기 드문 효자각이 세워져 있다. 흥성 장씨(興城張氏) 의순(義淳)의 효자각. 편액엔 ‘효자 증 동몽교관 조봉대부 흥성 장의순 지각’으로 쓰여 있다. 이를 풀이하면 효자 장의순이 죽은 후 왕이 ‘동몽교관 조봉대부’라는 시호를 내렸다는 뜻이다.

신기리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새터’다. 일제 때 일본인 모리야가 마을 앞을 개척하고 농장을 건설해 큰 마을이 형성됐다. 역시나 마을 앞은 큰 평원이다. 노랗게 곡식이 익은 황금들녘이 장관이다.

동련리에 있는 동련교회는 1900년에 세워졌다. 올해로 115년 된 황등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동련교회를 통해 황등에 여러 교회가 생겨났다. 1948년 현대식예배당을 신축했다.

구자리 언덕엔 아름드리 커다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은행나무 수령이 수백 년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촌리는 예전 대밭이 무성해 대숲말로 불리었다. 지금은 대숲이 거의 사라졌고, 민가가 많이 들어섰다. 이 마을은 대부분 외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정착해 살고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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