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지정 보호수… “나병환자 치료한 약수 ‘문탕골’도 숨은 보물”

천일사는 천호산 정상 부근 해발 400m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차를 타고 외사·유점마을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오르다 보면 길 끝에 있는 절이 바로 천일사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여산면과 멀리 미륵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 안에 붉게 핀 꽃무릇과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도 운치를 더한다.

천호산의 정기를 그대로 받은 듯 주변 나무들은 아름드리 울창하다. 천일사 보물 중 하나인 ‘감나무’도 높이 20m, 둘레 2m를 자랑한다.

감나무 아래서 불도를 닦는 주지 효지스님(비구니)은 전설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임진왜란 당시 호국승려인 서산대사가 감나무 2그루를 심었는데, 하나는 마을주민이 잘 모르고 벌목해 없어졌고, 현재 이 나무만이 울창한 모습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지스님은 “이 나무를 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한다”며 “한 스님이 나무 주변에 황토를 깔아 참선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이대로 해볼 참”이라고 미소 지었다.

효지스님은 이 나무에서 딴 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신도들과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효지스님은 “천호산은 예전부터 영산으로 이름났다”며 “절이 무려 99개가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문수사, 백운사, 백련암 그리고 천일사 4곳만 남았다.

또 “한국전쟁 당시 아랫마을 주민들이 천호산으로 숨어들었는데, 북한군의 눈에 띄지 않아 단 한사람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전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천일사엔 숨은 보물이 하나 더 있다고 소개했다. 절 내 바위틈에서 나오는 ‘약수.’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이 샘물로 나병환자가 몸을 씻은 후 깨끗하게 나아 ‘문탕골’로 불리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암환자 등이 가파른 산길을 걸어서 올라 이 물을 받아가곤 한다고. 물맛을 보니 청량했다.

효지스님은 “부친인 법천스님이 이곳에 움막을 짓고 불도를 닦으셨고, 1975년 대웅전을 지어 절의 형태를 갖추셨다. 열반하신 후 제가 물려받아 절의 규모를 확장하고, 문탕골 옆에 환자들을 위한 ‘약사여래불상’을 세웠다”고 말했다.

법명 ‘효지(孝智)’는 부친의 대를 이어 불도를 닦는 것을 높이 사 은사스님인 석불사 휴암스님이 지어줬다고 했다.

잘 익은 ‘홍시’와 따뜻한 군밤을 싸주시며 “언제든지 또 들르시라”고 환하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효지스님. 그의 미소에 부처의 형상이 그려졌다.

천일사 주소는 익산시 여산면 천호산길 230.

/우창수 기자

울창한 가지를 넓게 펼치며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200년 된 감나무.

나병환자가 몸을 씻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는 약수 '문탕골'

문탕골 옆에 약사여래불상(왼쪽)이 놓여 있다.

효지스님이 거처하는 요사.

종각

요사 위에 계단을 올라가면 대웅전(왼쪽)이 나온다.

대웅전 안.

천일사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도 울창하다.

천일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 멀리 미륵산(왼쪽)과 여산면(가운데)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스모스가 운치를 더한다.

천일사에 불게 핀 꽃무릇.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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