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 정보작명연구원장

고려 후기의 대학자로 시, 서, 화(詩, 書, 畵)에 다능해 정주학의 토대를 마련한 이제현은 검교시중을 지낸 이진(李瑱)의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본관은 경주이고 초명은 지공(之公)인데 몸가짐이 바르고 현명해 제현으로 개명했다.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와 역옹(櫟翁)이 있다.
유년시절에 나이나 신분이 비슷한 사이의 친구들도 감히 이름을 부르지 못했고, 재상이 된 후에도 귀천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존귀하게 여겨 익재라 불렀다. 어려서부터 남달리 성숙해 학문을 좋아하고 행실이 침착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301년 15세에 성균 시험에 수석합격 했다. 이어서 병과에 급제했다. 당시 시험관은 대학자 권부(權부)였는데 이제현의 총명함에 반해 자기의 딸과 혼인을 맺게 했다.
권무봉선고판관과 연경궁 녹사를 거쳐 예문춘추관에 본격적인 관리 생활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현은 한 가지 재능에 얽매이지 않고 두루 섭렵하는 원만한 군자라 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충선왕이 원나라에 내란이 발생해 인종을 도와 평정했다. 충선왕은 스스로 충숙왕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원나라 수도 연경에서 만권당(萬卷堂)을 짓고 경서와 사기를 연구했다.
1314년 상왕인 충선왕의 부름을 받아 만권당에 머물며 요수. 염복. 원명선. 조맹부 등 원나라의 유명한 학자들과 사귀면서 학문과 식견을 넓혔다. 특히 이곳에서 성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완숙됐다. 그러나 이제현은 성리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1324년 밀직사를 거쳐 첨의평리 정당문학에 승진해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 이 후 조적의 난으로 모든 관직을 떠나 칩거하며 저작에 전념했다. 2년 후 ‘역옹패설(櫟翁稗說)’을 완성했다. 공민왕이 신돈을 총애하고 있을 때 평장사 이제현은 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신돈을 한번 보았는데 그 골격이 흉악한 사람과 비슷해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이니 가깝게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신돈은 감정을 품고 비방했으나 이제현이 늙었기 때문에 가해하지 못했다. 신돈이 패망하자 왕에게 말했다. “익재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은 도저히 따를 수 없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색은 “도덕의 으뜸이요, 문학의 종장(道德之首 文章之宗)이다”라고 묘지명에 기록했다. 경주의 구강서원(龜岡書院)과 금천의 도산서원(道山書院)에 제향 됐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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